‘소통부재’는 세상의 권력자들에게 내려지는 흔한 평가 중 하나다. 이는 작금의 리더십에서 ‘소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일 수도 있고 그 중요성에 비춰볼 때 실천력이 너무도 못 미친다는 소리일 수도 있다. 권력자의 소통이 편협해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정치 권력자인 경우 처음부터 자기 사람으로 포진시켜 놓고 보니 매사 자화자찬식 평가가 주로일 것이고, 조아리는 사람을 곁에 두고 보니 부지불식간 칭찬에 길들여져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카리스마를 인정받고 찬사받고 싶어하는 것은 권력자의 기본 욕심이다. 이런 속성을 권력자 주변 사람들이 인지하게 되면서 생겨나는 것이 ‘아부’이다.

‘추기’라는 잘생긴 남자가 어느날 그의 아내에게 ‘당신이 보기에 성북쪽에 사는 서공과 나와 둘 중 누가 더 잘 생긴 것 같소’하고 물었다. 서공은 제나라에서 미남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아내는 ‘당신이 훨씬 잘생기셨습니다’하고 답했다. 똑같은 질문을 첩과 그를 찾아 온 손님에게 하자 그들도 아내와 같은 답을 했다. 추기는 이에 대하여 ‘아내는 나만 사랑하니까 나를 잘생겼다고 하는 것이고 첩은 내가 두려워서 그렇게 말한 것이고 손님은 뭔가 아쉬운 게 있어 내가 더 낫다고 말한 것이다’라고 해석을 했다. 유향이 지은 ‘전국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권력자는 같은 대답도 그 배경까지 추론해 달리 들을 수 있는 추기 같은 지혜가 필요한데 아부에 익숙해지면 그런 혜안과 판단력이 줄어든다.

전 서강대 총장 손병두씨가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는 말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노자 도덕경에는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는 말이 나온다. 훌륭한 지도자는 자신의 도드라진 빛을 감추고 세속과 함께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권력자의 빛만 강조하기에 여념이 없는 권력바라기 아부꾼들은 권력자의 화광동진 실천을 가로막는 사람들이다. 또한 대중이 역심을 갖게 해 권력자를 세상과 그리고 순리와 멀어지게 하는 사람들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방귀에 당시의 내무부장관이 한 말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는 권력자에게 한 아부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아부꾼 또는 아부적 발언으로 기억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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