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강원여성 역사 찾고 미래 인재 키운다
한국 성평등 순위 136개국 중 111위 경제영역 격차 커
도 여성 발굴 외면 ‘여성1호’ 정보 전무 타 시도 대비 뒤처져

 

남다른 용기와 도전으로 사회 진출 장벽을 넘어 다양한 직업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룬 강원여성을 발굴하는 ‘시대를 연 강원여성’을 기획 보도한다. 하이원리조트와 함께하는 ‘강원여성 1호 찾기’ 캠페인은 남성 영역에 최초로 진출한 강원여성의 자취와 도전 정신으로 지구촌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야 되는 차세대 리더에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멘토를 발굴한다. 나아가 여성의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기업문화 조성을 도입하는 자극제로 15회에 걸쳐 연재한다.

 

▲ 지난해 애국지사 윤희순 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윤희순 의사 77주기 추모제에서 도립무용단원들이 헌무를 펼쳐보이고 있다. 본사DB


한국의 성평등 수준은 ‘여성의 지위를 높이겠다’는 공약과는 정반대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10월 25일 발표한 ‘2013 세계 성 격차(Gender Gap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성평등 순위는 136개 조사 대상국 중 111위였다. 세계 성 격차 보고서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여성 각료와 의원 숫자, 기대수명 등 14개 지표를 토대로 성 격차 지수를 측정해 국가별 순위를 매기는데 한국은 2006년 세계 92위에서 2010년 104위, 2011년 107위, 2012년 108위로 하락세를 걷고 있다. 여성 경제참여도와 기회지수는 118위로 지난해보다 두 단계 떨어졌고, 교육정도(100위), 정치권력 분산(86위), 보건(75위)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한국 여성의 성평등은 아랍에미리트(109위), 카타르(115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수가 하락된 주요인은 여성의 경제 참여와 기회 영역이 낮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임금격차, 관리직·전문직 비율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등 경제영역에서 격차가 컸다.

특히 경제분야에서 성불평등이 만연돼있어 여성들의 경제영역 확대를 위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조화될 수 있도록 각종 제도 도입을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요즘 보다 더 열악했던 조건에서 남성영역에 도전해 탁월한 성취를 이룬 여성들이 있다. 최근엔 언론매체에서 ‘여성 1호’라는 뉴스가 그다지 나오지 않지만 불과 얼마전만해도 큰 뉴스거리로 등장한 바로 그 여성들이다. 전국 최초 여성은 익숙한데 정작 강원지역에서는 ‘강원여성 1호’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정보가 전혀 없다.

때문에 강원도는 전통시대 인물인 신사임당, 허난설헌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여성 1호’로서 진취적인 활동을 한 여성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발굴을 외면해 온 탓에 세상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는 1990년대 중반 ‘강원도여성사’ ‘강원여성시문집’ ‘여성문화유적지도’ 등을 발행하면서 타 시도보다 앞서갔으나 후속정책이 실종되면서 2004년부터는 경상북도, 제주도, 전남도, 광주시, 부산시 등에서 더 활발하게 여성사 사업을 추진해 선진지로 부상되었다.

▲ 황성신문 1910년 6월 30일자에 보도된 강원도 통천군의 여학교 ‘숭정학교’는 교장, 교감, 교사 모두 여성이었다.

강원도에서 설립한 한국여성수련원에도 2009년 개원에 맞춰 서울 여성사전시관에서 대여받은 전국여성 1호 전시패널만 있다. ‘임영신 1948 최초의 여성 상공부장관’ ‘이태영 1952 최초의 여성 사법시험 합격자’ ‘노라노 1956 최초의 국내패션쇼 개최’ ‘박순천 1965 최초의 여성 당수’ ‘지순 1966 최초의 여성건축가’ ‘박신자 1982 최초의 여성 농구감독’ ‘현정윤 1999 최초의 여성 프로게이머’ ‘김영란 2004 최초의 여성대법관’ ‘이애리사 2005 최초의 여성 태릉선수촌장’….

강원여성의 자긍심을 느끼게 해 줄 근대 강원여성들의 발자취와 성취가 여전히 그늘에 묻혀 있다. 황성신문 1910년 6월 30일자 1면에 ‘숭교유인(崇校有人)’이라는 제목 아래 강원도 통천군 순달면에 개인 농장을 여학생을 위한 학교로 만들어 ‘숭정학교’ 를 개교하고 교장 이씨 부인, 교감 김씨 부인, 교사 이치화 등 모두 여성이 맡아 운영하고 가르쳤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치화는 강원여성 1호 교사인 셈이다.

1924년 봄엔 춘천시 동내면 학곡리 정동여학당에서 여교사 윤정숙이 여학생 28명을 가르쳤다는 보도가 있다. 1927년엔 춘천 정명여학교 여학생 김순애의 미술작품이 매일신보 1월 9일자 5면에 실리기도 했다. 1930년대에는 춘천 출생으로 서울로 유학해 배화여학교, 이화여전 영문과를 나온 김자혜가 1932년 4월부터 1934년 7월까지 동아일보 ‘신가정’지 기자로 활동했다.

강원여성들이 남다른 열정과 실력으로 성취해낸 각계 활동상을 제대로 평가하고 부각할 수 있는 자료는 문서, 문헌, 신문, 사진 등 다양한 자료로 남아 있다. 하이원리조트와 함께 ‘강원여성 1호 찾기’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근현대 시기 여성 관련 자료를 다양하게 제보받아 수집 정리, 현대 강원여성의 여명을 열었던 여성들의 면면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매일신보 1927년 1월 9일자 5면에 춘천 정명여학교 여학생 김순 애 의 미술작품이 실렸다.

‘시대를 연 강원여성’기획보도는 숨겨진 역사를 찾아 알리는 기록인 동시에 현재 여성의 성공적인 커리어 관리를 촉진하며, 차세대 리더인 여대생 여고생들이 그들의 도전 정신을 본보기로 ‘글로벌 여성 인재’ 로 성장을 이끌어내는 훌륭한 멘토로 충분히 유효하다.

또 일하는 여성의 존재감을 드러냄으로써 현재 워킹 맘과 관련돼 노출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의의도 크다. 활발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근로 관행과 제도 정립, 그리고 가정 친화적 근로환경 만들기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이다. 박미현·이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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