德本財末

▲ 안동규

한국분권아카데미 원장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모든 움직이는 존재에게 중요한 것은 방향과 속도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속도중심의 사회로 전락해 버렸다. 많은 서양 사람이 한국 사람을 보고 ‘빨리빨리’라고 표현한다. 경쟁사회에 있어서 속도는 매우 중요한 목표다. 스포츠나 기업 경쟁에서 속도는 타인을 이기는 수단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한국의 교육 경쟁력은 따지고 보면 속도 경쟁력이다. 고등학생의 지식을 중등학생이, 중등생의 지적 능력을 초등생이 먼저 갖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라 할 수 없다. 구구단과 영어단어를 먼저 안다고 성인이 되어서 경쟁력을 가졌다고 말 할 수 없다. 실력 경쟁을 하여야 하는데 속도를 바탕으로 한 성적 경쟁과 등수 경쟁은 상대적인 능력일 뿐 절대적인 능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향이 속도보다 중요하다. 특히 선진국이 되어 갈수록 방향의 가치가 속도의 가치보다 더 필수적이다. 열심히 달려 왔는데 잘못된 방향이면 가서는 아니 될 곳에 온 것이며 너무 빨리 달려왔기에 되돌아가기도 힘들기 때문에 회복과 재생이 힘들게 된다. 빨리 달리는 능력보다 제 방향대로 달리는 지혜가 더 소중하다. 잘못된 방향이면 차라리 천천히 가는 것이 답이다. 요즘은 소위 무한경쟁사회다. 그러기에 피곤사회요 스트레스사회다. 속도 경쟁을 멈추어야 한다.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보다 훨씬 높은 속도로 모든 차가 달린다면 모든 차가 위험하다. 우리 사회가 그러한 고속도로 질주사회다.

이제 방향에 집중할 때다. 우리 사회는 제대로 가고 있는가? 도로에서 차선을 자주 교체하지 않고 똑바로 과속 없이 차가 간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추월차선보다 2차선 3차선 심지어는 갓길에서 추월하는 차들을 우리는 종종 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운전을 하다보면 ‘빨리빨리’ 사회가 아니라 ‘미친’ 사회가 아닐까 의구심마저 든다. 도로와 고속도로는 우리사회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덕본재말(德本財末)의 사회가 우리가 갈 방향이다. 덕이 근본과 우선이고 재(물질)는 나중이어야 한다.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덕본재말은 모든 것을 덕으로 다스리는 공자의 덕치주의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덕치 즉 도덕과 정치가 밀착되어 있다. 우리 나라의 정치권은 덕치도 법치도 못하는 힘으로만 다스리는 무치사회다. 동양철학의 덕치가 우리 정치의 방향이다. 논어에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 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따르는 사람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의 방향타도 덕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본말이 전도가 되어서 재본덕말 사회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물질 만능사회로 전락되어 배금주의와 물질주의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속도경쟁도 배금과 물질을 향하는 과욕에서 발생한다. 덕은 목적가치고 물질은 수단가치다. 물질이라는 수단이 도덕이라는 목적을 전도시키고 있다. 호색인이라는 말은 자주 듣지만 호덕인(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별로 못 듣는다. 덕의 영어 표현인 Virtue와 그리스어인 Arete는 힘을 의미한다. 덕이 힘이다. 진정한 힘은 덕에서 나온다. 물질에서 나오는 힘은 도덕에서 나오는 힘보다 약하다. 우리 사회가 덕을 다시 강조하는 사회로 회귀하여야 한다. 덕은 득(得)이다. 덕은 실천을 통해서 후천적으로 획득하는 것이다. 도덕교육은 지식교육이나 이론교육이 아니고 실천교육이고 체험교육이어야 한다. 실천적으로 덕의 근육을 득해야 우리는 덕치의 삶을 살 수가 있다. 덕본재말의 사회가 우리가 갈 길이다. 방향을 잡으면 속도를 내어도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다. 덕의 방향으로 ‘빨리빨리’!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