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는 어느 분야에서든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자기 분야에서 일만시간 이상을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책 ‘아웃라이어’에서 소개하는 ‘일만시간의 법칙’이다. 일만시간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세시간씩 연습했을 때 10여년을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다. 결국 리더가 된 사람은 누구보다 더 치열한 각고의 노력으로 내가 가진 역량을 인정받아 성공을 만들어낸 대단한 사람들이다. 근데 이렇게 평생 피땀 흘려 일궈낸 아웃라이어 명예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성추행’ ‘막말’ ‘품격 떨어진 행동’ 등 자기관리가 소홀해 생긴 일들이 승승장구하던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데 올해만 해도 지검장 사령관 사단장 등 많은 아웃라이어가 몰락했다.

장자에 나오는 ‘유(類)’라는 짐승은 스스로 암놈도 되었다 수놈도 되었다 하는 자웅동체로 암놈이 되었을 때는 암놈의 특성에 맞게, 수놈이 되었을 때는 수놈 특성으로 변신한다. 장자는 야누스 같이 두개의 얼굴로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이중인격자를 유라고 말한다. 몰락하는 아웃라이어는 야누스의 얼굴 유로 살아가다 결국 파국을 맞이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부지불식간에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자신을 오롯이 지켜주던 수치심마저 잃어버린다. 수치심은 치욕에 대한 공포나 소심함으로, 추한 행위를 범하지 않도록 인간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스피노자는 정의한다. 자존심의 보루인 수치심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은 절제지심의 동력을 놓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김성주 대한 적십자총재가 국정감사를 회피하여 물의를 빚었다. 본인은 공인으로서의 할 일을 미처 몰라서 생긴 일이었다고 월요일 국감 재소환에서 변명을 했지만 수장으로 기본자세가 안돼 있는 것은 수치심을 상실한 행위다. 제나라 환공이 재상인 관중에게 물었다.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이 무엇이냐?’ 그러자 관중이 ‘사자의 몸에 기생하는 벼룩 같은 나쁜 놈들을 없애는 일’이라고 답했다. 중국인 우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 오른 사람은 자신이 벼룩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모범적 자세가 필요하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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