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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지마을 전통메주 쑤기

황장진 2014년 11월 21일 금요일
   
▲ 황장진

수필가

홍천군 둔지촌길 43-11, 까만 기와집 앞뜰에는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노랑 옷을 홀랑 벗어 놓고, 알몸으로 파란 하늘꽁무니를 찌르고 있다. 주목과 소나무들은 겨울철에 들어섰는데도 뼈대를 지킨다고 늘 푸르다. 산뜻하게 단장된 앞채가 참나무 토막 가득안고 반긴다. 드넓은 마당에는 아침햇살이 간들바람과 소곤거리고 있다.

오늘은 이 댁 50년 지킴이이셨던 원 여사의 가르침으로 두 집이서 메주를 쑤는 날이다.



뜸 잘 들고 발효 잘되려면 물이 좋아야

마당 귀퉁이에다 콩 닷 말들이 무쇠 솥을 낑낑거리며 날라다 화덕에다 앉힌다. 댓 발작 떨어져서는 두 팔 벌려 안을 수 있는 콩 서 말들이 양은솥을 엘피지가스통 호스에 잇는다. 가마솥에는 장작을 지피고, 양은솥에는 가스 불을 켠다. 자루들 콩을 커다란 함지박에다 쏟아 붓는다. 예부터 메주콩을 3번씩이나 씻는 집안에는 딸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처남댁과 집사람은 박박 문질러 세 차례 깨끗이 씻어낸다. 난 가마솥 화부가 된다. 장작을 화덕입이 찢어질 정도로 쑤셔 넣는다. 가는바람이 벼락바람이 되어 불꽃을 춤추게 한다. 콩을 함지박에 담아 솥마다 가득 붓는다. 탱글탱글 노랑 콩알들 환한 얼굴이 귀엽다. 농약 한번 안치고 정성껏 가꾸어 보름 전에 털어 뒀다가 갖고 온 것들이다. 마당 한가운데서 솟아나는 땅속 물을 붓는다. 뜸이 잘 들고 발효가 잘되려면 뭣보다 물이 좋아야 한다. 쌀밥 지을 때 물의 양 정도로 채우고 나무뚜껑을 덮는다. 한 시간이 지나자 솥뚜껑가로 구수한 흰 김이 세차게 새 나온다. 뚜껑을 열자 흰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기다란 나무주걱으로 휘휘 젓는다. 콩알이 누런색으로 둥글넓적해졌다. 집어 먹으니 참 고소하다. 옛날 어른들이 어린이들한테, “콩을 많이 먹으면 똥을 싼다.”고 한 말 알만하다. 그 시절의 며느리들은 메주 담그는 날만은 배가 불렀다고 한다. 뚜껑을 조금 열어두었다가 거품이 잦아들자 덮어서 뜸을 들이기 시작한다. 타던 장작들을 꺼내 끈다. 집사람이 아궁이속 새빨간 숯불을 내놓고 옥수수를 찐다. 안 먹는다고 손을 휘휘 내졌던 장손도 “응, 이 옥수수는 맛이 다르네!” 또 손을 내민다.



메주는 짝을 맞춰 만들면 좋지 않다고

3시간이 지나자 콩알들이 불그레해졌다. 둘이서 퍼 날라 하얀 자루에다 얼른얼른 쏟아 붓는다. 식으면 잘 으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누런 자루에다 겹쳐 넣어 커다란 함지박에다 눕힌다. 깨끗한 장화를 신고 밟기 시작한다. 물렁물렁 촉감이 좋다. 발바닥이 뜨뜻해진다. 세 차례 뒤집으면서 30분간씩 밟으니 모내기 때 삶은 논바닥처럼 차지다. 처남댁은 메주 틀에다 보자기를 깔고, 찰진 메주를 구석구석 꾹꾹 눌러 채운다. 5되나 들어간다. 올라서서 밟다가 손바닥이나 주먹으로 단단하게 두드린다. 부지런히 퍼 날라 밟다보니 등과 이마에 땀이 흐른다. 솥바닥에는 달짝지근한 콩엿물이 생겼다. 영양덩어리다. 정원수들 곁에다 쏟아 붓는다. “잘 자라라.” 솥바닥이 눌어붙지 않아 반질반질하다. 드디어 메주들이 3열 가로로 열을 맞춰 섰다. 모두 17덩어리다. 메주는 짝을 맞춰 만들면 좋지 않다고 했는데, 절묘하게 홀수로 빚었다. 역시 허씨 집안 종부다운 솜씨다.

돕는 이들 덕분에 어제는 김장을 잘하고, 오늘은 메주를 잘 쑤었으니, 월동준비 이상 끝!

맘속으로 자축의 박수를 친다. 온종일 종종 걸음에도 조금도 피곤하지 않다. 고속도로 차량들 축하 길놀이가 흥겹다. 춘천시가지의 저 불, 불, 불…. 다들 축하 불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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