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사건의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폭언과 성추행으로 신임을 잃고 사퇴한 박현정 서울시향 전 대표, 이들은 ‘날 선 사람’들이다. 상대의 인격을 배려 못하는 안하무인격 무례함과 독선이 이들의 치명적인 공통점이요 히스테리의 요체다. 강준민은 저서 ‘기쁨의 영성’에서 ‘사랑의 기술 중 하나는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는 기술입니다. 인생의 큰 기쁨도, 큰 아픔도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다가옵니다.’라고 말한다. 이 두 사람의 삶이 큰 시련을 맞게 된 것은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몰랐던 ‘오만한 감정’ 바로 그 때문이다.
노희경 작가 드라마에 “ ‘∼답다’라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말이다”라는 대사가 있었다. 역할에 대한 타인의 기대감이 버거울 때 감내해야만 하는 부담감을 설명하는 대사였다. 엄밀히 말하면 ‘∼답다’는 가혹한 말이라기보다 감사한 말이다. 그나마 이 ‘∼답다’라는 기준으로 지켜보는 눈들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하며 사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하는 말이다. 조현아가 ‘재벌기업가 답다’를 의식했더라면, 박현정이 ‘시향대표 답다’의 본분을 일찌감치 자각했더라면 이렇게 모멸감 속에서 용퇴를 결정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각자 다양한 역할의 ‘∼답다’를 깔끔하게 해내는 것이 날 선 사회를 막는 데 기여한다. 한해 마지막날 혹여 나도 날 선 사람은 아니었는지 자성해 본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