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를 했다는 기사에도 악플이 달린다. 2001년 영화 ‘친구’를 필두로 흥행 영화 속에는 욕들이 난무한다. 끼어들게 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대방 차에 삼단봉을 마구 휘두른다. 정치인들의 설왕설래도 저급해서 부끄럽다. 매우 까다롭고 거칠어 원만하지 못한 성격을 일컫는 까칠함을 자랑인냥 말하는 사람들이 흔하다. 매해 발간되는 트렌드 책 저자 김난도 교수는 이런 사람들이 구성하는 사회를 ‘날 선 사람들의 도시(City of hysterie)’라 명명한다 .‘날 선 사람들’이란 ‘자기중심적이고 감정기복이 심한 성격’ 즉 신경질적 성향과 공격적인 성향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이고 ‘날 선 도시’란 날 선 사람들이 많아져 충돌이 잦아진 날카로운 사회를 말한다.

땅콩회항 사건의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폭언과 성추행으로 신임을 잃고 사퇴한 박현정 서울시향 전 대표, 이들은 ‘날 선 사람’들이다. 상대의 인격을 배려 못하는 안하무인격 무례함과 독선이 이들의 치명적인 공통점이요 히스테리의 요체다. 강준민은 저서 ‘기쁨의 영성’에서 ‘사랑의 기술 중 하나는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는 기술입니다. 인생의 큰 기쁨도, 큰 아픔도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다가옵니다.’라고 말한다. 이 두 사람의 삶이 큰 시련을 맞게 된 것은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몰랐던 ‘오만한 감정’ 바로 그 때문이다.

노희경 작가 드라마에 “ ‘∼답다’라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말이다”라는 대사가 있었다. 역할에 대한 타인의 기대감이 버거울 때 감내해야만 하는 부담감을 설명하는 대사였다. 엄밀히 말하면 ‘∼답다’는 가혹한 말이라기보다 감사한 말이다. 그나마 이 ‘∼답다’라는 기준으로 지켜보는 눈들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하며 사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하는 말이다. 조현아가 ‘재벌기업가 답다’를 의식했더라면, 박현정이 ‘시향대표 답다’의 본분을 일찌감치 자각했더라면 이렇게 모멸감 속에서 용퇴를 결정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각자 다양한 역할의 ‘∼답다’를 깔끔하게 해내는 것이 날 선 사회를 막는 데 기여한다. 한해 마지막날 혹여 나도 날 선 사람은 아니었는지 자성해 본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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