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현

춘천지법 공보판사

“재판부가 판결이유를 낭독하는데 읽는 속도가 빠르고 내용도 까다로워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춘천지방법원이 재판절차와 법원운영에 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위촉한 시민사법참여단의 법정방청 소감 중 하나이다.

“공보판사님. OO사건, 오늘 선고기일에 재판 들어가서 결과를 받아 적긴 했는데 확실하지가 않아서요. 원고의 정신적 고통이 재산상 손해의 배상만으로 회복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것인가요? 없다는 것인가요?” 상당 기간 법원을 출입한 기자가 판결이유를 듣고 혼란스러워하면서 공보판사에게 문의한 내용이다.

이처럼 판결이유를 법정에서 직접 들었음에도 그 내용의 이해가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판결서의 기본적인 기능은 사건의 당사자에게 판결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주어 판결에 대한 불복 여부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판결 선고 역시 사건의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며 추후 판결문을 직접 읽어볼 재판 당사자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 따라서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법정에서 선고 이유만을 듣고 그 내용을 정확하게 알기란 쉽지 않다. 또한 짧은 시간 안에 다수의 사건을 선고해야 하는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진행 속도마저 빨라지면 그 이해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재판에서 당사자의 권리를 인정하거나 피고인에게 형벌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원고 또는 검사가 법이나 판례에서 요구하는 일정한 요건을 입증해야 한다. 판결문도 위와 같은 입증책임의 원칙에 따라 작성하다 보니 이중부정의 표현을 사용하거나 다양한 간접사실들을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입증책임의 원칙 등에 익숙하지 않으면 판결이유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당 기간 열심히 재판하고 고민해서 내린 결론에 관한 이유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법원이 경청하고 그 개선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고요지를 여유 있게 설명할 수 있도록 가급적 선고기일 진행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사건이거나 법리적인 이유로 일반 상식과 다소 다를 수 있는 결론이 선고될 경우에는 제3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그리고 판결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정보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실제 판단 과정에서 고려된 핵심적인 논거에 대한 설명 없이 만연히 입증책임의 원칙을 내세우거나 부수적인 사실만을 나열하여 판결문을 작성하지는 않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간혹 이유가 틀리거나 엉뚱한 취지의 판결 기사가 보도되고, 이로 인해 판결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를 법원 출입기자들의 속보나 특종 경쟁 탓으로만 돌릴 일은 아닐 것이다.

한편 초대 대법원장의 취임식이 거행된 1948년 9월 13일을 기념해 대법원이 올해부터 9월 13일을 『대한민국 법원의 날』로 지정하였다. 춘천지방법원도 다음 달 중순경 ‘법원의 날’기념식과 함께 ‘생각 나눔 콘서트’를 열어 시민들과 직접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앞서 언급한 시민사법참여단의 지적과 출입기자들의 반복된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어려운 판결문’에 관한 내용을 대화 주제 중 하나로 선정하였다. 법관, 변호사, 기자 및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판결문이 왜 어려운지, 이해하기 쉬운 판결이 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다각도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를 포함하여 여러 주제에 관한 허심탄회한 대화로 법원과 재판에 대한 이해를 돕고, 법원에 대한 거리감을 좁힐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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