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희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계절성 우울증이 발생하거나 앓고 있던 우울증이 악화되는 것을 경험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계절성 우울증에서 광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것은 1980년대 이후 보고 돼 왔으며,이는 빛이 인체의 생체리듬에 변화를 일으키므로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강도로 빛에 노출되면 정상에서 벗어난 수면의 시간이나 기분 증상에 변화를 일으켜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계절성 우울증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우울증이라 일컫는 비계절성 우울증에도 광치료가 효과적이며,대부분의 항우울제와 효과 크기가 비슷하다는 것을 일련의 연구들의 분석을 통해 보고했다.

특히 광치료를 항우울제의 보조요법으로 사용할 경우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울증에서 광치료가 효과를 나타내는 기전은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뇌의 시교차상핵의 기능 이상으로 인해 우울증에 흔히 동반되는 기분,수면 및 생체 리듬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하며,광치료를 통해 이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생체리듬의 정상화를 유도해 치료 효과를 가져온다는 가설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우울 증상이 생체리듬이 지연되는 특성과 관련성을 보여 저녁보다는 아침에 광치료를 받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보고됐다. 한편 비계절성 우울증에서 약물치료 대신에 광치료 단독요법으로 실시하는 것은 아직 논란이 되고 있으며,광치료를 항우울제의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그 치료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최근 4∼5년간 강원대학교병원 수면센터에서는 기존의 항우울제 치료에 그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었던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들에 대해 광치료를 시행해 온 바 있다. 치료저항성 우울증이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항우울제로 최대 10주까지 사용한 후에도 우울증상의 호전이 없는 경우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최대 용량의 항우울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우울증 환자에서는 광치료를 시도해 봄이 바람직하다.

광치료를 하기 전에 타액의 멜라토닌 농도를 6∼7회 측정해 취침 전 멜라토닌 분비 시작점을 평가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 시간에 따라 광치료를 시작하는 시간을 정하고 매일 같은 시간에 약 1시간씩 2주간 실시하게 된다. 또한 광치료 전에 안과 검사를 시행해 수정체,망막 등 빛이 눈에서 뇌에 전달되는 경로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광치료는 5000 럭스 이상의 조도를 지닌 매우 밝은 빛을 주는 광치료실에서 시행하거나,일정 파장을 지닌 청색 빛 (blue light)의 빛상자를 이용해 집에서 시행할 수 있다. 멜라토닌은 인체의 생체리듬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멜라토닌 분비 시작점이 개인별로 차이가 커서 이를 정확히 측정해 광치료를 실시해야 한다.

강원대학교병원은 국내에서 최초로 멜라토닌 측정을 통해 생체리듬을 평가하고,수면장애의 진단 및 치료를 실시해 오고 있다. 특히 치료저항성 우울증의 광치료 효과를 평가 분석해 국내외 학술대회에서 증례 보고 및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광치료는 약물의 부작용에 특히 민감한 노인에서 약물치료에 반응이 저조한 우울증에 적용하는 비교적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서,새로운 비약물치료 패러다임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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