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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블렌딩과 브랜딩

허문영 2015년 12월 14일 월요일
   
▲ 허문영

강원대 교수·시인

최근에 서울시가 ‘Hi SEOUL (하이 서울)’이라는 옛 브랜드를 ‘I·SEOUL·U(나와 너의 서울)’라는 새 브랜드로 바꾸면서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다든지 어색하다든지 여러 가지 평이 많았다. ‘나와 너의 서울’이라고 설명을 붙였지만 ‘너’보다 ‘나’를 앞세운 개념도 동방예의지국에 걸맞지 않다. ‘너와 나의 서울’이었어야 했다. 국제화 시대의 영어 어법에도 안 맞는다. 그동안 기껏 공들여 구축시켜온 도시 이미지나 브랜드를 지자체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바꾼다면 이건 예산 낭비다.

나는 도시의 브랜딩작업에 전문가는 아니다. 다만 상징과 은유와 함축을 다양한 이미지와 함께 즐겨 쓰는 시인의 입장으로서 도시 브랜드를 바라본다. 미국 뉴욕시의 브랜드인 ‘I ♥ NY’이 그간의 나쁜 도시 이미지를 일시에 좋게 바꿔버린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경제적으로도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하트 ♥의 상징성 (symbolism)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기호 (sign)를 이용한 ‘관습적 상징’의 한 예다.

얼마 전 커피 사업을 하는 지인이 당신은 시인이니 좋은 카피 (copy) 문구가 하나 있으면 지어달라고 했다. 시와 카피는 다르지만 짧으면서 울림이 있어야 하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이참에 커피 이야기를 이어본다.

유명한 커피 브랜드로 성공하려면 우선 원료가 되는 원두가 좋아야 할 것이다. 커피에도 다양한 맛을 나타내는 품종이 있으므로 맛있는 커피를 만들려면 여러 품종을 적절하게 혼합하는 블렌딩 (blending) 작업을 해야 한다. 때론 최상의 커피를 뽑아내기 위하여 고도의 추출작업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어필을 위해서 브랜딩 (branding) 작업도 필요하고 결국엔 마케팅에 성공해야 할 것이다. 양주라고 부르는 위스키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원료 선정,블렌딩,발효·증류를 거쳐 오랜 역사를 가진 유명 브랜드로 만든다.

우리가 사는 도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찾아와 도시의 멋과 맛을 즐기고 좋은 인상을 받고 돌아가면 더욱 좋다. 경제적 부가가치를 남겨놓고 가면 금상첨화다. 마치 명품 커피,명작 위스키를 만드는 것처럼 ‘블렌딩 앤 (and) 브랜딩’하여 고품격도시를 만들어나가야 사람들을 많이 끌 수 있다.

춘천에는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수준 높은 문화예술과 빼어난 자연경관이 있다. 관광 인프라의 구축에 절묘한 질 좋은 원료가 많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이들의 장단점을 잘 살려 선별하고 혼합하는 도시 블렌딩이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 특성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춘천은 과연 첨단산업도시인지,관광레포츠도시인지,문화예술도시인지 도시적 정체성이 극히 혼란스럽다. 물론 어느 한쪽으로만 가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데 가장 기반이 되는 문화예술도시로서의 브랜딩을 잘 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에 춘천시에서도 ‘낭만의 도시’를 상징한다는 ‘Romantic Chuncheon (로맨틱 춘천)’을 도시 브랜드로 선보였다. 캐릭터 이미지로는 ‘소양강 처녀’를 내세웠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는 열여덟 소양강 처녀’가 과연 얼마나 낭만적 상징인지 아리송하다. ‘I·SEOUL·U’에는 네트워킹 (networking)하자는 미래지향적 개념 (concept)이라도 들어있는데 비하여 ‘낭만 춘천’은 너무나 진부하다. 단지 낡은 구호 (slogan)같다.

누가 보아도 바로 이게 춘천이야! 얘기할 정도로 춘천이 진한 맛을 내는 커피 같은,깊은 향을 지닌 위스키 같은 블렌딩과 브랜딩이 돋보이는 문화예술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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