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문순

화천군수

행정의 목적이 ‘국민들의 안녕과 삶의 질 향상’에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행정도 다 같은 행정은 아닐 터. 다소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법은 각급 자치단체간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또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도 시와 군단위 간의 행정규모나 지역적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과장님들, 현장은 나가보셨어요?”

이 말은 간부회의 시 부서장들의 각종 현안에 대한 보고를 들은 후 입버릇처럼 하는 첫 질문이다. 처음에는 이 질문에 고개를 떨구거나 얼버무리는 부서장들도 꽤 있었지만 지금은 유창하게 현장상황을 설명한다.

이 때문일까. 매일 오후시간이 되면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당연히 있어야 할 사무실이 아닌 읍내로, 논으로, 밭으로 돌며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는 주민들의 여론도 이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특별한 변화는 현 시대의 많은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현장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행정수요를 최대한 지양하고, 실제 주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실생활에 어려운 것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바꿔 말할 수 있겠다.

우리군은 지난해 말 처음으로 시행한 ‘공무원 현장 도우미제’를 올해 4월부터 대폭 확대하여 군수인 필자를 비롯한 부군수, 실·과·소장 및 담당급 그리고 복지직 공무원 등 147명의 공무원과 기초수급자와 장애인, 독거 어르신 등 600여명의 취약계층을 1대 1로 매칭, 월 1회 이상 정례적으로 찾아뵙고 거주환경과 복지욕구 등을 수렴한다. 또 그 결과를 가지고 사례회의를 통해 서비스 연계 등 지원방안을 심층적으로 논의한다.

특히 지난해 12월 본 제도의 최초시행 후 처음 개최한 사례회의는 당초 1시간 30분이 예정됐지만 장장 7시간 40분 동안 진행되었으며 생각하지 못한 다양하고 효과적인 대안들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봇물 터지듯 발굴되었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대안들이 격식 없는 열띤 토론으로 다듬어지며 629건의 현장 민원이 조치됐다. 이 같은 행정의 노력들이 우리 이웃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면 그까짓 7시간 40분의 시간이 문제일까.

쳇바퀴 돌 듯 무료한 일상 속에서 군정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이 아들·딸, 때로는 친구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성의껏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의 입장에서 얼마나 기쁠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벅차 오른다.

현장의 중요성은 비단 복지행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축산시설로 문제가 끊이지 않은 마을에서의 현장근무, ‘표면적 적법’이라는 행정의 일시적 판단으로 헐벗게 된 야산에서의 업무보고가 이루어진 배경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다 아는 문제를 굳이 현장근무나 회의 및 교육까지 감행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과 불만을 토로할 수 있겠지만 현장근무를 통해 보고 들으며 느끼는 ‘행정과 현장간의 괴리’에 대한 인식이 대안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처럼 모든 행정은 현장에 답이 있다. 그저 탁상에 앉아 현장을 무시한 채 행하는 정책결정은 자칫하면 군민들의 기초생활과 나아가 생명과 재산은 물론, 애향심까지 심히 저감시킬 수 있는 바, ‘현장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현장을 위해서 움직이는 행정’에 대한 화천군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아울러 이 굳은 의지가 4월의 봄날, 홀씨가 되어 아름다운 꽃으로, 더 나아가 울창한 숲이 우거지며 모든 것이 군민들의 미소로 귀결되길 두 손 모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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