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방금 씻고 나온 청춘의 민낯처럼 상큼한 계절이라고 피천득씨는 표현한다. 하루가 다른 연두색 신록만큼이나 오월은 참 공사다망하다. 한 개인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감사가 빠질 수 없는 주요한 사람들, 즉 부모 스승 자녀 배우자의 날들이 약속이나 한 듯 오월에 몰려있는 까닭이다. 색동회가 오월 첫 일요일로 지키다가 광복후 5월5일로 정했다는 어린이날이나 미국 한 여성이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교회에서 흰 카네이션을 나눠주자 대통령이 5월 둘째주 일요일에 어머니가 생존한 사람은 빨간카네이션 돌아가신 분은 흰카네이션을 달아 어머니를 기리자는데서 비롯됐다는 어버이날이나 왜 하필 오월이냐에는 별 다른 이유가 없어 보인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5월에 감사할 날들이 모두 함께있다는 것은 한편 다행스런 일이다. 5월은 춥지도 덥지도 않고 만물이 소생해 약동을 시작하는 시간이기에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사랑’을 실천하는 데 적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고지순의 사랑과 아름다운 풍광은 잘 어울리는 궁합의 커플 느낌이다. 지출도 크고 분주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를 존재하게 해 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이 오월은 오롯이 나를 나답게 돌아보는 달이다.

배고픈 여우가 길을 지나다 포도를 발견했는데 그 포도는 나무의 꼭대기에 있었다. 그 포도를 따기 위해 안간힘을 써 봤지만 그 포도를 딸 수 없었다. 여우는‘저포도는 신 포도일거야 그래서 맛이 없을거야 ’라고 속으로 읖조렸다. 따지 못해 못 먹게 된 것을 마치 신포도라 못먹는 것처럼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신포도 기제’라고 말하는데 이솝우화에서 유래했다. 신포도기제는 사람들이 자기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경향 그래서 스스로에게는 늘 후한 것을 뜻한다. 근데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은 타인은 소홀히할 여지가 있음을 우리는 경험상 안다.

감사를 전해야하는 사람에게 감사를 표현해야하는 일은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최소한의 의식이고 예의이다. 고마운 5월은 모처럼 사람답게 살았다는 자부심을 갖게한다. 자그마한 도리를 실천하면서 우리네 마음도 신록만큼이나 상큼해지는 달, 바로 오월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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