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칼럼] 수면무호흡증

▲ 김동규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내가 탄 비행기의 기장과 부기장이 조종석에서 함께 졸고 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위의 일은 상상이 아니라 실제 미국에서 발생한 일이다. 2008년 2월 어느날 낮에 기장과 부기장이 함께 졸다가 40명의 승객을 태운 비행기가 목적지 공항을 한참 지나친 적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사고가 나기 전에 기장과 부기장이 깨어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 일로 인해 승객들의 일정은 엉망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가 이번 졸음 운전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승무원들의 연속된 새벽 출발 일정과 함께 기장의 수면무호흡증이 주된 원인임이 밝혀졌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은 숨쉬는 공간인 기도의 위쪽 즉, 상기도(비강, 인두, 후두)가 좁아지거나 막혀서 발생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은 수면 중 일어나는 호흡관련 장애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코골이는 상기도가 좁아져서 떨리는 소리이며, 수면무호흡은 상기도가 막혀서 일정기간 숨이 멈춘 상태를 말한다. 코골이는 그만큼 수면 중 상기도가 좁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코고는 소리가 크거나 빈번한 경우에는 수면무호흡에 대한 경고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코골이는 성인인구의 대략 절반 가량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하며, 수면무호흡증도 우리나라 중년 남성의 4~5%, 중년 여성의 3~4% 정도에서 나타날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08∼2012년)동안 수면장애 환자가 대략 1.6배, 수면장애로 인한 진료비는 대략 1.8배 증가했으며 수면장애 중 수면무호흡증이 세 번째로 흔하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수면무호흡증의 증상으로는 주간 졸음이 대표적이며 집중력 저하,만성 피로,성기능 장애,자도 개운하지 않음,주로 아침에 생기는 두통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수면무호흡증이 치료되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에는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심근경색증·협심증),당뇨,뇌졸중 등 중대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졸음으로 인한 교통사고,산업재해 등 이차적인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증가한다. 특히 최근 발표된 연구(메타분석)들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성기능 장애,뇌졸중,허혈성 심장질환에 대한 위험성은 대략 2배(각각 1.87배, 1.94배, 1.8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망 위험성은 1.59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주변사람들로부터 코를 자주 곤다는 얘기를 듣거나 밤에 잠을 충분히 잤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주요 치료 방법은 양압기,구강내 장치,수술 등 크게 3가지다. 각각의 치료방법은 적응증과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환자의 상기도 구조,수면다원검사 결과,환자의 치료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즉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수술 성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상기도 종물,편도비대,아데노이드증식증 등으로 인해 상기도가 좁아진 경우)에서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으면서 중등도 이상(무호흡-저호흡 지수 15 이상)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양압기 치료를,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구강내 장치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결국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성공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수면호흡장애 관련 심각도,치료에 대한 선호도 등이 포함된 환자의 종합적인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며 아울러 선택된 치료 방법에 대한 환자의 치료 의지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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