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다. 주변 환경과 자신의 상태가 받쳐주지 못하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햇볕알레르기가 있다면 바깥활동을 접어야 하고, 꽃가루알레르기가 심하면 화원출입을 삼가야 한다. 능이와 송이, 표고, 싸리버섯 등에 관심이 많은 지인은 숲 알레르기가 유독 심하다. 버섯산행에 목을 매지만 그에 따른 피해가 혹독하다. 가려움증을 동반한 두드러기에 시달리면서도 산행을 고집한다. 지켜보는 이가 답답하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치료법을 찾았다고 했다. 그런데 처방이 기가 막히다. 숲 알레르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산과 들에서 만나는 위험요인은 수 없이 많다. 가을산행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른다. 벌과 뱀, 진드기를 예방해야하고 쯔쯔가무시증 등 각종 바이러스에 대처해야 한다. 꽃과 나무 등 식물에 민감한 알레르기환자는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천식과 피부발진,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알레르기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벌과 뱀에 물렸을 땐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맹독성 버섯을 먹었을 때도 마찬가지. 이런 위험을 극복할 수 없다면 무조건 피해야 한다.

주의사항을 아무리 강조해도 콧등으로 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한 알레르기로 두드러기와 습진, 피부염을 앓는데도 그걸 당연시하는 순간, 주변의 충고는 헛수고가 된다. 상처가 덧나 부스럼이 생기고 진물이 흘러도 ‘예전부터 그랬어. 별거 아니야’하고 방치하면 지켜보는 이만 고통스럽다. 이런 환자(?)를 대하는 방법은 많지 않다. 격리시키거나 치료법을 찾거나.

북한이 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충격파가 크다. 물론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충분히 예견된 사태. 핵과 미사일 바이러스에 걸린 북한은 보이는 게 없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환부에서 피고름이 나오는데도 별것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피부알레르기환자와 다를 것이 없다. 막가파식 행동이 도를 넘었지만 우리의 제어 방안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국내사정은 또 어떤가. 우병우 사태가 정권의 문제로 비화됐지만 요지부동. 권력자의 독단과 아집 때문인지, 무능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비정상을 자꾸 정상화시키는 탓에 국민만 괴롭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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