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가를 촉촉이 적시는 시가 있다. 시골 전통시장에서 특히 맛깔스럽다. 입술을 오므려 속삭이듯 읊조리는 시의 맛이란…. 선물이 손에 들리건 말건 상관없다. 그저 시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한편의 시가 소중한 가족과 지인들의 얼굴을 불러 모은다. “가윗날 앞둔 달이 지치도록 푸른 밤/전선에 우는 그 소리도 푸르리/소양강 물소리며 병정들 얘기소리/그 속에 네 소리도 역력히 들려오고/추석이 내일모레 고무신도 사야지만/네게도 치약이랑 수건도 부쳐야지”. 신석정 시인의 ‘추석’이다.

올 추석엔 어떤 ‘고무신’을 살까. 차고 넘치는 세상이라지만 소중한 이들에게 전할 선물을 고르는 것은 늘 즐거운 고민거리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마음에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선물. 더구나 올 추석은 여느 해와 다르다. 김영란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어 세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5만원을 넘으면 미래의 범법자가 된다는 중압감이 만만치 않다. 주고받는 이가 서로 부담스럽지 않는 선에서 ‘고무신’을 골라야 한다. 생각처럼 쉽지 않는 선택. 그러나 ‘따뜻한 고향의 정’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가벼울 것이다.

1년 내내 땀 흘린 수고가 결실을 맺는 한가위. 이런 날에 주고받는 선물은 나눔과 기쁨이 어우러져야 제 맛이다. 내 이웃이 만든 것이라면 금상첨화. 지난 26~28일 춘천 봄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 강원 그린박람회’가 그런 잔치판이었다. 한가위 ‘선물 고민’을 덜어준 것이다. 향토기업과 사회적기업들의 제품에 5만 여 소비자들의 신뢰가 꽂히면서 박람회가 뜻밖(?)의 효과를 선사했다. 신석정 시인의 ‘고무신 효과’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박람회에서 선보인 민들레, 포도, 도라지로 만든 건강 보조식품과 장류, 기름, 꿀, 차 등은 대부분 2만~4만 원이다.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꿈 한 그릇 세트’, ‘만병초 비누’, ‘결명자 검은콩 마죽’ 등 1만 원대 제품도 다양하다. 모두 강원도에서 생산된 향토제품. 잡곡과 주류, 한과 등도 눈에 띈다. 이 제품들은 모두 ‘강원곳간’의 온라인 쇼핑몰(www.강원곳간.net)에서 만날 수 있다. 또 다른 온라인 쇼핑몰 ‘명품 팜’에는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의 명품이 즐비하다. 모두 정감어린 ‘추석 고무신’!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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