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간 사랑의 본질 섬세한 결로 담아내”

▲ 오정희(사진 오른쪽)·전상국 소설가가 소설부문 본심을 하고 있다.

올해의 투고작은 그 어느해보다도 양적인 풍성함을 보여주었다.본심에 올라온 25편의 작품들 중 최종적으로 논의한 것은 ‘미담’ ‘딱지’ ‘벡터’의 세편이었다.

‘미담’은 사회와 삶의 변두리,막다른 곳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모여사는 모습의 살풍경,암울한 사각지대를 그리고 있다.단편소설로서의 규범을 충실히 따른 나무랄 데 없이 탄탄한 구성력,능숙하게 이끌어가는 문장력이 돋보였다.불법주차 단속 상담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딱지’는 현장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이 큰 장점으로 보여졌다.상담실 상황이나 상담원들 사이의 갈등구조,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생존방식을 감상이나 과장없이 그리면서 읽는 이들을 강하게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벡터’는 열일곱 소년소녀로 만나 십년넘게 관계를 이어가는 연인들의 심리와 사랑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섬세한 결로 펼쳐보인다.잔잔한 서정성을 견지하면서 남녀의 만남,그 인연을 우주 행성의 흐름에 빗대어 설득력있게 서술함으로써 결국 생이란,만남이란,그 모든 남루함과 아쉬움과 결핍에도 불구하고 불가해한 ‘마법의 시간’이라는 통찰을 보여준다.세 작품 모두 나름의 완성도와 장점을 갖고 있어 쉽게 놓을 수 없었으나 우리가 이미 많이 잃고 잊어버린 문학의 중요한 덕목,즉 문학적 향기와 여운을 은은히 간직하고 있는 ‘벡터’를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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