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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 無 十日 紅

盧和男 논설주간

2003년 02월 10일 월요일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열흘이 채 남지 않았다. 김대통령의 동교동 집이 새단장을 끝내고 주인 내외 돌아오길 기다리는데 199평을 깔고 앉은 저택의 위용이 어마어마해서 이웃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낀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신문에 난 사진으로는 말처럼 으리으리한 호화주택이 아니라 그냥 부잣집처럼 보이는데 주변 도로포장도 새로 하고 여기저기 감시용 폐쇄회로TV도 설치하고 또 여기저기 경찰 경비초소도 늘어나서 동네사람들이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새로 집을 짓는데 30억원이나 쏟아부었다고 야당이 빈정거리자 청와대는 8억원밖에 안 들었다고 해명한다. 8억이면 어떻고 30억원이면 어떠랴.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노후를 보낼 집인데 답답한 아파트나 좁은 골목 안 이웃과 담장을 마주한 서민주택일 수는 없지 않은가. 5년동안이나 나라살림 맡아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한 대통령에 대한 대접이 그래서야 쓰겠는가. 연희동 상도동에도 그런 정도의 주택을 쓰고 앉아 노후 행복을 만끽하는 전직 대통령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 말들도 들린다. 그럴듯한 말 같은데 시정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러고 보니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 4명에 이제 임기가 끝나가는 현직 대통령까지 5명 대통령 역임자들이 하나같이 국민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 나라 살림을 하는 동안 공이 크면 작은 허물이 덮여지는 법인데 허물이 너무 커서 공을 덮어버렸기 때문인가보다. 무고한 시민의 피를 흘려 정권 잡은 두사람은 이미 감옥살이를 한 전과자가 되었고 아직도 벌금과 추징금을 내지 않아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나라를 빚더미에 올려놓고 물러난 또 한 사람 대통령은 틈만 나면 전직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애쓰다 뒤늦게 세상 물정을 깨달았는지 요즘은 잠잠하다.
 5년 전 이맘때 온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화려한 취임식과 더불어 청와대에 입성한 김대통령이 지금 또 궁지에 몰려있다. 재임중 두 아들을 감옥에 보낸 김대통령에게 차가운 비판과 거친 비난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쥐도 새도 모르게 북한으로 보낸 거액의 돈이 탄로나고 돈주고 정상회담 해서 노벨평화상 탔다는 말까지 거침없이 쏟아져나온다. 국익을 위한 통치행위라 내막을 밝힐 수 없다고 버티자 지금이 왕조시대냐고, 다 밝히고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다그친다. 또 한사람의 불행한 전직대통령이 부끄러운 뒷모습을 보이며 사저로 돌아가야 할 판이다. 대통령 한사람의 부끄러움과 불행이 아니라 나라의 부끄러움이고 국민의 불행이라 그게 안타까운 것이다.
 옛날 중국 춘추시대 패자의 지위까지 올라갔던 제나라 환공은 재상 관중이 임종을 맞으며 당부한 말을 듣지 않고 측근들의 거짓 충성을 믿었다가 자신과 나라를 한꺼번에 망쳤다. 입맛 잃은 환공에게 제 자식을 삶아 바친 역아, 스스로 거세해 왕의 최측근이 된 수조, 길흉화복을 내다보고 귀신들린 병 고치는 재주를 지닌 상지무, 50년간 환공을 섬기며 제 부모가 죽어도 장사지내러 가지 않은 개방, 그들은 후일 군주인 환공을 궁안에 유폐하고 권력을 독점해 나라를 거덜내고 말았다. 환공은 뒤늦게 후회하며 궁중 골방에서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죽었는데 석달동안이나 장사를 지내지 않아 구더기가 방 밖에까지 기어나왔다고 '여씨춘추(呂氏春秋)'에 기록되어 있다.
 '한마리 연어가 되어…' '성은을 입었으니…' '가문의 영광으로…' 온갖 낯간지러운 수사로 김대통령에게 충성을 다짐하던 역아 수조 상지무들이 지금 궁지에 빠진 대통령을 위해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이미 등 돌려 문전성시를 이룬 새 권력의 문간에서 기웃거리는 해바라기들까지 있을 정도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무상한 권력의 실체를 뼈아프게 느끼겠지만 문외작라(門外雀羅) 동교동 사저에서 화려한 과거를 반추하며 새 대통령에게 반면교사가 되는 것도 의미는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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