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수… 낙엽이 진다.속절없다.천년만년 변치 않을 것 같던 푸른 잎이 볼품없이 퇴색한다.이리저리 발길에 채이며 갈곳을 잃었다.정처없다.21C 대한민국이 아무런 공직도 없는 ‘강남 아줌마’에게 휘둘리며 치욕적인 역사를 써 왔다니….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이 나라는 ‘순실공화국’이 되어 버렸다.국민들은 할말을 잃었다.듣기에도 거북한 치욕적인 단어들이 난무하며 대한민국을 조롱한다.대통령의 리더십이 강남 아줌마의 ‘섭정’ 결과였다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한술 더 떠 ‘무당국가’라는 말까지 나온다.부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 ‘최순실’이라는 이름 석자가 튀어나오는 순간,대한민국은 나락으로 떨어졌다.아니, 그 이전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것이다.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이 ‘봉건국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헛 말이었다.도대체 이 나라를 어떻게 불러야 하나.‘무당국가, 신정국가’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그런데도 대통령은 사태의 엄중함을 애써 외면한다.헌정질서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니….

우리는 나라를 도둑맞았다.잃어버렸다.철저하게 농락당했다.그토록 어렵게 일군 산업화와 민주화가 한 여인에 의해 휴지조각처럼 찢기고 구겨졌다.국민 어느 누구도 ‘두명의 대통령’을 뽑지 않았다.지긋지긋한 독재도 원치 않았고,섭정은 더더욱 아니었다.이제야 비로소 그동안의 ‘대통령 불통’이 이해된다.왜 그토록 말을 절제하고 아꼈는지도.최씨 아줌마의 지침이 없으면 한 마디도 못하는 상황 아니었겠나.‘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대통령을 뽑았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씨가 대통령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시키는 구조였다고 증언했다.소름이 돋는다.고대 신정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장면이다.민주공화국인 나라에서 말도 안 되는 작태가 빚어진 것이다.‘순실공화국’의 진면목이 드러났지만, 가면 속 대통령은 지금 이 나라에 없다.국민들은 허탈하다.마음속 대통령마저 잃고 있다.민심은 ‘허수아비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다’고 말한다.어찌 할 것인가.국민들은 읍참마속(泣斬馬謖)과 석고대죄(席藁待罪)를 넘어 하야(下野)를 말한다.우수수…낙엽이 진다.속절없이….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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