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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강릉역’ 시대의 화두는

최동열 2017년 01월 16일 월요일
   
▲ 최동열

영동본사 취재국장

“KTX(고속철) 역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강릉역에 서점을 만든다면 어떨까요? 저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만들고 싶습니다.”

강릉시가 ‘대한민국 독서대전’이라는 성대한 책 축제를 개최한 지난해 9월,강릉시청을 찾아 특강을 한 열화당 이기웅 대표(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명예이사장)는 ‘강릉역에 서점을 만들면’이라는 제안을 했다.한국 출판계의 거목이 고향에 세워지는 최첨단 역사(驛舍)에 본인이 평생을 바친 책과 함께하는 독서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애향심과 함께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이 대표의 소망은 ‘고속철 강릉역’으로 대변되는 혁명적 변화기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문향(文鄕) 강릉의 관문에 서점 하나를 만들고 싶다는 출판인의 소박한 바람을 넘어 ‘강릉을 이렇게 꾸몄으면’하는 이상형적 좌표 설정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 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고속철이 달리는 강릉은 올해말부터 서울과 1시간대로 연결된다,1시간 남짓 거리는 사실 ‘이웃동네’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기회의 길이 열린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가까워진 강릉에는 위협 요소도 동전의 양면 처럼 공존한다.흔히 말하는 ‘빨대효과’로 인해 소비의 역외 유출이 더욱 심각해지는 역풍의 쓰나미가 덮칠 수도 있는 것이다.강릉이 근교 나들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렇고 그런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된다면,순풍 보다는 역풍 쪽으로 부등호가 쏠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던지는 절실한 화두가 ‘강릉 다움’이다.철저하게 강릉이 가진 전통성과 정체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여기서 강릉하면 떠오르는 대표 키워드를 한번 생각해보자.얼핏 ‘독서’,‘커피’,‘단오’,‘전통문화의 수도’,‘모자(母子) 화폐의 도시’,‘솔향’ 등등이 떠오른다. 경포나 정동진,대관령,오죽헌,선교장 등의 자연·역사자원 유명세에 이들 키워드가 더해져 강릉은 언필칭 문화관광도시로 불려왔다.이기웅 대표의 소망 처럼 오래도록 죽치고 앉아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는 책방이 있는 기차역은 그래서 강릉과 매우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더 나아가 커피향 그윽한 대합실을 가꾸고,강릉 관노가면극의 주인공인 시시딱딱이와 장자마리가 이정표가 되는 역광장을 꾸민다면 어떨까.

때맞춰 강릉시는 도심을 관통하는 재래식 폐철도 부지 2.6㎞를 문화·관광·휴식공간으로 재창조하는 사업에 착수하는 등 고속철 개통 후 효과 극대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중이다.엊그제는 최명희 시장이 시청 전직원에게 일본 행복도시의 비결을 분석한 책을 권하고,고속철 시대에 대비하는 창의시책 발굴을 지시했다.

고속철 관광객들은 이제 강릉을 만나려면 ‘대관령 장대터널’을 빠져나와야 한다.국내 산악터널 중 최장 길이(21.7㎞) 터널이다.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의 도입부가 절묘하게 매치된다.‘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 이었다.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소설 처럼 캄캄한 터널의 긴 어둠 뒤에 갑자기 온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꿈결같은 충격을 경험하게 하는 ‘그곳’이 강릉이었으면 좋겠다.가장 빠른 고속철을 타고온 사람들에게 아날로그적 슬로시티의 여유를 선물하는 것도 괜찮고,단오굿판 처럼 열정 넘치는 흥분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좋다.그래서 다시 곱씹게되는 화두는 역시 ‘강릉 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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