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진   홍천소방서장
▲ 이종진
홍천소방서장
지금도 화재예방 교육이나 소방특별조사를 나가보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꽤 오래 자리를 지킨 듯 녹슬고 먼지 앉은 가압식 소화기가 종종 눈에 띈다.이 가압식 소화기는 생산이 중단된 지 벌써 18년이 지났으니 얼마나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까 싶다.가압식 소화기는 내부에 별도 압력 용기가 있어 손잡이를 움켜쥘 때 용기의 봉판이 파괴되며 분말소화약제를 밀어내는 원리로,봉판이 터진 이상 손잡이를 놓아도 모든 약제는 한 번에 다 방출된다.또한,별도의 지시압력계가 없어 평상시에 사용가능한 정상 압력인지 육안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더 큰 문제는 폭발의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가압식 소화기는 가압가스와 소화약제가 구분되어 있어 약제가 습기 등에 노출 되어 굳기 쉽다.약제가 굳어 있는 상태로 손잡이를 움켜쥐면 내부 가스용기는 터졌지만 방사가 되지 않아 내부압력이 급격히 상승하며 폭발할 수 있다.
이런 안전성 문제로 가압식소화기는 이미 1999년부터 생산이 중단됐고,현재는 분말소화약제와 가압가스를 본체에 같이 주입해 손잡이를 조작할 때만 방출되도록 만든 축압식 소화기가 생산되고 있다.이 소화기는 별도의 지시압력계가 있어 평상시 압력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소화약제와 방출가스가 함께 들어있어 약제가 굳는 일이 가압식 소화기보다 크게 줄었다.아직까지도 오래된 가압식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는 가정이나 사업장은 반드시 이를 폐기하고 축압식 소화기로 교체해야 한다.폐기할 때는 분말약제로 인한 환경오염과 폭발위험 때문에 함부로 폐기하는 것은 위험하다.따라서 인근 소방서에 가져다주면 전문폐기업체에 의뢰해 처리한다.옛 말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결국 제 구실을 한다는 말이지만 소화기에겐 맞지 않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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