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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 마이너리티 리포트] 8. 돈 잣대에 우는 청년 문화기획자

‘돈 안되는 것’으로 치부하지 말라… ‘가치’ 있는 일이다
무한청춘 페스티벌 등 굵직한 문화행사 참여
이권 개입 본질 흐려져
어른들 시각 맥 빠진다
행복을 주는 일 ‘자부심’

오세현 2017년 03월 02일 목요일
▲ 지역에서 문화활동을 시작한 문화기획자  백기환(27) 청춘 번짐의 대표가 좋은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서영
▲ 지역에서 문화활동을 시작한 문화기획자 백기환(27) 청춘 번짐의 대표가 좋은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서영
“돈이요? 물론 중요하죠.하지만 물질적인 잣대로 지금 당장의 우리 활동을 염려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비영리단체 ‘청춘 번짐’의 대표 백기환(27)씨는 이제 막 지역에서 문화활동을 시작한 문화기획자다.지난해 춘천시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일당백 프로젝트를 비롯해 무한청춘 페스티벌,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산타원정대 캠페인 등 지역내 굵직굵직한 문화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지역과 문화의 맛을 알아가는 중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백 대표의 어릴적 꿈은 작가였다.초등학교 1학년 때 시인이었던 선생님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그때부터 꾸준히 책과 글쓰기를 접하던 중 대학은 정작 이과계열(강원대 환경학과)를 택했다.작가라면 다양한 분야를 골고루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작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부모님을 고려해 생물교사와 작가를 겸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대학생활은 기대와 달랐다.무의미한 술자리의 연속이었다.매일같이 만나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 속에 ‘소통’은 없었다.메마른 대학생활이었지만 그 역시 조금씩 현실에 안주하기 시작했다.제대 후,우연히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자신 스스로 그 문화에 익숙해져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그냥 그대로 멈춰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대로 살다간 삶을 체념하고 의미없게 보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다시 책을 잡았다.
이번에는 주변 친구들과 함께였다.강원대와 한림대 근처에서 독서모임을 수차례 주최했고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어느정도 체계가 잡혀가던 중 지난해 3월 문화기획 ‘청춘,책으로 소통하다’를 맡게 됐다.단순히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을 넘어 매 주마다 주제를 정해 심도깊은 이야기를 이끌어냈다.‘내 꿈은 무엇인가’,‘나는 어떤 사람인가’ 등 일상에 쫓겨 묻어뒀던 ‘나’를 꺼내는 작업이었다.반응은 뜨거웠다.이후 춘천 담작은도서관에서 1박2일 캠프를 추진했다.술 없이 수다떨고 영화보고 야식먹는,소소한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이 역시 호평을 받았다.참가자들은 “행복했다”,“속이 후련하다”고 털어놨다.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백기환 대표는 용기를 냈다.‘다른 이에게 행복을 주고 싶어’ 작가를 꿈꾸던 것과 지금 현재의 문화기획 활동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결국 지난해 11월 비슷한 또래 동료 4명과 함께 하고 있는 ‘청춘 번짐’을 비영리단체로 등록했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들이었고 나름의 성과도 거두고 있지만 ‘돈’이라는 잣대만 들이대면 백기환 대표는 자신도 모르게 위축됐다.
모임을 위한 공간을 대여할 때도,여러 기업들의 후원금을 유치할 때도 기성세대들은 ‘이익’과 ‘돈’을 앞세워 이들의 활동을 평가하고 재단했다.기업의 이익과 맞지 않다며 공간 대여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순수한 마음으로 동참했던 프로젝트에 기업의 이익이 하나 둘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애초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될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상처는 문화기획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이다.강원도내 문화예술 산업은 점차 발전하고 있지만 어른들의 시각에서 문화는 여전히 ‘돈 안되는 것’으로 치부된다.문화체육관광부가 2016년 실시한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강원도의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70.4%를 기록했다.인천(90.3%),세종(85.3%),광주·경기(84.4%)보다는 적지만 2014년 58.5%를 나타낸 것에 비하면 11.9%p 상승했다.하지만 어른들은 그의 앞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야 한다”,“지금 하고 있는 일로 돈을 벌 수 있겠느냐”며 나무랐다.심지어 같은 문화계열에서도 잘 다니고 있는 대학을 휴학까지 해가면서 이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에게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말은 그가 문화기획 활동을 하면서 수도없이 들은 말 중 하나다.그의 부모님은 문화기획 사업에 매진하는 아들을 여전히 마뜩잖게 여긴다.백기환 대표는 “지금 당장 돈을 벌진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지만 기성세대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현실을 생각할 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맥이 빠질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이어 “많이들 반대하고 꺼려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하고,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러 우려의 시선을 뒤로하고 백 대표는 다시한 번 운동화 끈을 바짝 조였다.올해도 그는 지역 주민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이번에는 특히 대학가에 집중할 계획이다.인구 규모에 비해 대학이 많은 춘천에서 대학생들이 활력을 얻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한다면 이 역시 지역의 또다른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각 대학 축제 내에서 테마가 있는 플리마켓을 조성하고 북 콘서트,캠핑 등을 추진 중이다.이밖에도 지역내 여러 축제나 포럼,문화매거진 제작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걱정하는 어른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부탁하자 한 동안 가만히 있던 백 대표.이내 곧 입을 뗐다.“인생의 목적이 ‘돈 많이 버는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라면 저는 아마 가장 실패한 삶일지 모르죠.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꿈을 이뤄가고 있는 지금 현재가 행복해요.좋은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조금만 더 믿고 지켜봐주세요.” 오세현 tpgu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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