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애써 수집하고 전시한 사진들을 자료라는 이름으로 창고 깊숙한 곳에 보관한다면 중요한 문화재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이다.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사진이 문화재가 되어가는 모습을 1년 동안 지켜보았기에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따라서 옛 사진을 찾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정리하고 의미를 풀어서 후대에 보여주고 전승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다시말해 지역의 역사와 민속 그리고 교육 등이 한자리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영상 역사관’이다.전통 있는 도시라면 하나쯤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형태이다.수집한 사진을 정리하여 상설로 전시하고,특별전시관을 두어 기획전 등을 개최하기도 한다.문제는 박물관을 기준으로 설계 제작하기 때문에 예산도 많이 들고 리모델링이나 업그레이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영상역사관들이 수년 내에 지역민들의 외면 속에 뜸한 관광객들의 발길에 의존하는 흉가처럼 변해가기도 한다.
하지만 사진문화를 즐기는 방식으로 설계된다면 적은 예산으로 활용도 높은 사진문화원이 탄생할 수 있다.전시장을 가볍게 설계하여 수시로 업그레이드와 리모델링을 가능케 한다면 그동안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미술관에서 도슨트에게 작품설명을 듣듯이 사진문화원에서 사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보면서 선인들의 삶과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더불어 사진문화를 배우고 체험하며 여가를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겉모습 번듯한 건물을 보고 찾아오는 이는 한번 뿐이다.하지만 허름해도 안에 잘 짜여진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곳은 늘 따뜻한 온기 넘치는 공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