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만 한데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의식주가 해결되고 생활수준이 나아지면 그만큼 삶이 즐거워져야 옳다.그런데 여러 지표가 국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우리나라는 반세기 전 전쟁의 참화를 겪었으나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전후의 재난과 절망을 극복하고 절대빈곤을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다.세계는 이런 한국을 ‘한강의 기적’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이뤄낸 압축성장이 또 다른 그늘을 만들어 낸 것이다.지난 반세기 동안 발전과 변화가 눈부신 것이었지만 그 반대쪽에 드리운 그늘 또한 그만큼 짙다.경제는 성장하고 국가의 부(富)는 늘어나는데 대다수 국민들은 개별적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겉으로 드러난 성장과 발전이 바로 국민 개개인의 삶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이런 괴리를 극복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복지수준 비교 연구 보고서는 이런 점에 주목된다.지난해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은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21위로 2011년에 비해 두 단계 올랐다.경제 활력과 복지수요를 비롯한 23개 지표를 측정한 결과다.그러나 국민 행복지수는 33위로 꼴찌에서 두 번째다.자살률과 출산율,기대수명,삶의 만족도와 국가투명도가 반영된 것이라 한다.
행복을 가늠하는 지표 중 가임여성(15~49세)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1.21명이라고 한다.인구의 현상유지에 필요한 2.1명에 크게 미달한다.반면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28.7명으로 가장 높다.아이를 낳아 대를 잇고 공동체를 존속시키는 것은 본능에 속한다.모든 생명은 무한의 삶을 욕망한다.이런 본능과 욕망의 상실이 국민행복의 현주소를 여실히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의 영역에서도 이 같은 모순이 나타난다.여전히 지탄을 받고 있지만 정치가 제도와 절차적 안정성을 확보한 것은 성과다.대통령 탄핵의 충격을 제도적으로 수렴해 낸 것은 총체적인 역량을 보여준다.그러나 공공부문 부패를 재는 국가투명도는 56점으로 청렴사회의 기준인 70점에 못 미쳤다.OECD 회원국 중 27위로 하위권이다.이런 괴리가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준다.정치가 이런 데 주목해야 한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