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부처님 오신 날에
우송 스님 신흥사 주지

▲ 우송 스님 신흥사 주지
▲ 우송 스님 신흥사 주지
최근 우리나라는 역사에 기록될 만한 대형 사건들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국민들이 정치,사회,경제적으로 마음 편하게 보낸 날들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그러나 역사를 크게 펼쳐놓고 보면,인류의 역사는 숱한 장애와의 싸움 그 자체였습니다.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삶 또한 번뇌의 연속일 수밖에 없습니다.‘명암일조(明暗一條)’라,모든 길에는 밝음과 어둠이 같이 있습니다.나라의 역사나 개인의 삶이나 낮과 밤,밝음과 어둠은 늘 함께 하는 법입니다.어느 한 편만이 있는 길은 없습니다.명암이 함께 하는 길 위를 오고 갈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입니다.집중과 몰입을 통해 현재를 최대한으로 사는 것이 어둠에서 밝음으로 나아가는 첩경입니다.
‘즉시현금 갱무시절 (卽時現今 更無時節)’이라 했습니다.지금보다 더 좋은 시절은 없습니다.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과,함께 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이 시절인연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너무 먼 곳에서,먼 미래에서 구하면 현재의 삶은 불행해집니다.현재의 매 순간순간에 집중하고,진실하게 살아간다면 그것이 곧 행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문제는 실천입니다.부처님께서는 “아무리 사랑스럽고 빛이 고울지라도 향기 없는 꽃이 있는 것처럼,실천이 따르지 않는 사람의 말은 표현은 그럴싸해도 알맹이가 없다.”라고 말씀하신 뒤 “사랑스럽고 빛이 아름다우면서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꽃이 있듯이,실천이 따르는 사람의 말은 그 메아리가 크게 울린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우리 사회는 탁상공론만 많지 진정한 실천은 참으로 부족합니다.아무리 많은 제도를 만든다 하더라도 이를 행하는 마음과 실천이 없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불교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경전을 아무리 많이 보고 외운다 할지라도 그 가르침대로 행하지 않으면 공염불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실천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동반합니다.게으름과 습관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입니다.부처님께서는 “싸움터에서 백만 명을 이긴 사람보다 자기 자신을 이긴 사람이 가장 위대한 승리자”라고 가르치셨습니다.자기 자신을 이긴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것입니다.남을 이기기는 쉽지만 자신을 이기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그러나 나를 이기면 남에게 후덕해질 수 있고,남의 잘못에 대해 관대해 질 수 있습니다.이것이 곧 삶의 지혜이자,내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지름길입니다.어느 날 마조선사에게 한 스님이 찾아왔습니다.마조선사가 “무엇을 하러 왔느냐?”라고 묻자 그 스님이 “법을 얻고자 왔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그러자 마조선사가 “야,이 미친놈아!”라고 버럭 소리를 지른 뒤 “너는 지금 보물창고를 감춰두고,그것도 모자라 남의 보물마저 빼앗으려 드느냐?”라고 일갈했습니다.찾아온 스님이 당황하여 “아니,제게 무슨 보물창고가 있다고 그러십니까?”라고 하자 마조선사께서는 “그럼,네놈이 보물창고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조선사의 가르침처럼 우리는 누구나 보물창고입니다.단지 스스로가 보물창고인줄 모르고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부처님께서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부처님처럼 될 수 있는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이 위대한 가르침 덕분에 지혜의 눈은 더욱 밝아지고,자비의 품은 더욱 넓어졌습니다.일체 중생이 존귀하고,일체 중생이 평등하며,일체 중생이 조화 속에 행복을 누리는 세상을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우리가 두손모아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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