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고루 등용하고,그들이 힘을 쓰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맥이 될 것이다.하루 뒤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실시되고 새 권력자가 탄생한다.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빚어진 국가리더십의 공백은 일단 메워진다.그러나 문제는 대통령의 자리를 채우는 게 끝이 아니다.낡은 정치의 관행과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박근혜 정부의 실패는 결과적으로 사람을 고루 쓰지 못하고,요직을 차지한 인물들이 할 일을 제대로 못한 것이 화근이 됐다.
사람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역시 새 대통령이 첫 번째 직면할 문제다.논공행상을 하고 자리를 나누는 것이 전례다.그러나 원칙과 상식을 지켜야 한다.옛날 공자의 제자 자천(子賤)이 중국 산동성 선보(單父)에 부임하면서 양주(陽晝)라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다.그는 두 가지의 낚시 법을 소개한다.낚시 줄에 미끼를 달아 늘어뜨리면 그 즉시 덥석 무는 게 있다.양교(陽橋)라는 고기인데 살도 적고 맛도 적어 먹을 게 없다.반대로 물린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게 있다.방어(魚+方魚)라는 놈인데 살집도 있고 맛도 좋다고 했다.
그가 선보 땅에 이르자 마중 나온 수레가 앞 다퉈 몰려들었다.이에 자천은 양주가 말한 양교라는 물고기가 몰려온다며 이들을 피해 임지에 도착 노인과 어진 이를 만나 의견을 구했다 한다.자천은 선보를 다스리는데 거문고만 튕길 뿐 당하(堂下)에 내려오지 않았으나 치세를 구가했다.밤낮을 가리지 않고 애써 겨우 그곳을 다스렸던 무마기(巫馬期)가 비결을 물었다.“나는 사람에게 일을 맡겼고 그대는 힘에 일을 맡긴 것이다.힘에 맡기면 고단하고 사람에 맡기면 편안하다.(我之謂任人 子之謂任力 任力者故勞 任人者故佚)”고 했다.
결국 사람을 제대로 뽑고 일단 쓴 사람은 믿고 맡겼다는 것이다.이 평범한 말 속에 변할 수 없는 치세의 원리가 있었던 셈이다.권력자가 써야할 사람을 제대로 쓰지 않고 지엽말단까지 다 챙기려다 큰 사단을 만난다.지도자가 철저한 자기 통제력을 잃는 순간 권력은 오히려 주인을 향한 덤벼드는 흉기가 되고 만다.숱한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목하 눈앞의 사태가 다시 확인해 준다.전임자의 실패를 얼마나 뼈아픈 교훈으로 삼느냐가 새 권력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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