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돈설 강릉문화원장

▲ 최돈설 강릉문화원장
▲ 최돈설 강릉문화원장
강릉은 참으로 아름다운 고장이다.자연은 풍광 깊고,역사는 유장하며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정겹고 순후하다.우리나라 척추 역할을 하는 백두대간과 푸른 동해바다가 빚은 강릉은 자연과 역사가 맞닿아 솔향(松鄕),문향(文鄕),예향(藝鄕/禮鄕), 수향(壽鄕), 효향(孝鄕)의 도시로 빼어난 곳이기도 하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효(孝)사상이 더욱 그리워지는 때다.
우리나라 최초의 경로잔치는 강릉에서 시작되었다.그래서 효향(孝鄕)강릉이다.‘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44권 강릉부 풍속조에 보면 “고을 풍속이 늙은이를 공경하여 매양 좋은 절후(節侯)를 만나면,나이 70 이상 된 자를 청하여 경치 좋은 곳에 모아놓고 위로한다.판부사(判府事) 조치가 의롭게 여겨서 공용(公用)에서 남은 쌀과 포목을 내어 밑천(泉實)을 만들고 자제 중에서 부지런하며 조심성 있는 자를 가려서 그 재물의 출납을 맡아 회비로 쓰도록 하고 청춘경로회(靑春敬老會)라 이름 하였다.지금까지 없어지지 않았으며,비록 노부의 천한 사람이라도 나이 70이 된 자는 모두 모임에 오도록 하고 있다.”
우선 청춘경로회라는 모임의 명칭은 젊은이들이 늙은이들을 위하는 잔치라는 데서 비롯한 것임을 알 수 있다.이 모임은 따로 그 일시를 정해둔 게 아니라 연중 시절이 좋을 때,예컨대 새순이 돋고 꽃이 만발하는 봄이나,만산홍엽(滿山紅葉)의 가을에 수시로 열린 것이었다.이 모임의 경제적 기반은 관청에서 출자한 회비를 바탕으로 하였다.아마도 당시의 강릉부사로 추측되는 인물이 관청의 예산 가운데 일부를 기금으로 내놓았고,양반의 자제들 가운데 반듯한 이를 가려 모임의 업무를 전담시켰던 듯하다.흥미로운 것은 나이만을 기준으로 삼을 뿐 신분의 고하를 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춘경로회,얼마나 아름다운 명칭인가.젊은이들이 지극정성으로 부모님이나 어르신들을 모시는 오롯한 정신이 깃든 단어다.최근 젊은이들에게 부모에 대한 기대를 물어 보았더니 ‘사랑과 관심’이 아니라 ‘물질’이라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는 설문조사를 읽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물질만능 풍조로 부모와 자식 간에도 돈이 앞서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땅에 떨어진 효사상을 끌어 올려야 한다.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조셉 토인비는 “장차 한국문화가 인류에 기여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부모를 공경하는 효 사상일 것”이라고 했다.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지난날 우리의 문화, 우리의 사상을 진작한다는 차원을 넘어 위기에 처한 현대문명 앞에 효사상의 정신적인 가치를 알렸으면 한다.벚꽃의 아우성이 가득하던 4월이 가고, 솔바람 소리와 솔향에 취해 오솔길을 걷는 5월이다.이슬에 목청을 가다듬은 뻐꾸기가 아침인사를 한다. 청명한 5월, 누구에게나 행복의 안부를 전한다.“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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