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덫’에 걸린 검찰이 사면초가다.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 대상으로 전락했고,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불명예 퇴진할 처지다.여진은 계속된다.문재인정부는 인적·조직개편에 이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및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국민의 눈높이도 개혁에 맞춰졌다.여론조사를 보면 90%에 가까운 국민이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답한다.고립무원!검찰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눈먼 돈’,‘깜깜이 예산’,‘쌈짓돈’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 사용에 따른 경고 사이렌은 오래전부터 울렸다.검찰 스스로 뭉개버렸을 뿐,민심의 바다엔 늘 그 ‘사실’이 떠다닌다.잘못된 낡은 관행과 사고방식을 모두 버리겠다고 선언했던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2009년 기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50만원이 든 돈봉투를 돌리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2년 뒤인 2011년엔 특수활동비 9800만원을 검찰 고위간부 45명에게 나눠준 사실이 드러났다.증빙서류를 갖추지 않아도 되는 맹점을 악용한 셈이다.

‘눈먼 돈’이 비수가 된 사례는 부지기수다.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이었던 정상문 씨는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빼돌렸다가 구속됐고,신재민 전 문체부장관은 2010년 1억1900만원을 유흥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다.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2억5000만원(2011),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2013),국정원 대선 댓글 알바 3080만원(2013) 지급 등도 같은 사례다.홍준표 전 경남지사도 국회의원 시절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사용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특수활동비는 말 그대로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에 쓰는 돈이다.그러나 이 원칙은 무너졌고 검찰과 국정원 등 힘 있는 기관은 이를 악용했다.지난해 정부가 편성한 특수활동비는 8900여억 원.최근 10년 동안 청와대와 국회 등 18개 기관에서만 8조5000여억 원이 집행됐다.정의당 노회찬의원은 “특수활동비 편성해서 국민 세금 쓸 이유 없다”며 폐지를 주장한다.끼리끼리 나눠주고 나눠받을 돈이 아니라는 얘기다.검찰의 ‘돈봉투 만찬’에서 드러난 특수활동비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