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헌   강원경찰청장
▲ 최종헌
강원경찰청장
올림픽이 한창이던 1972년 9월 5일 뮌헨의 새벽. 선수단 숙소는 총소리와 함께 난입한 일단의 테러범들로 인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검은 9월단’이라 자처한 이들은 이스라엘 선수 9명을 인질로 잡고 자신의 요구사항을 당국에 주장했다.경기는 모두 중단됐다. 진압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며 인질 전원이 목숨을 잃었고 대회는 피로 얼룩졌다.

그 사건은 독일경찰에게 흑역사로 남아있다.생중계되는 진압작전을 TV로 지켜보던 테러범들에게 작전이 들키기도 했고 헬기조종사의 조종 미숙으로 각도가 나오지 않아 저격은 시도조차 못했다.참극의 한가운데서 경찰은 정신줄을 놓고 우왕좌왕한 게 전부였다.

소프트타겟 테러가 유행이다.이는 테러의 정치적 목적과는 무관한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한다는 게 특징인데 근래 파리, 이스탄불에서 잇따른 폭탄테러가 이 범주에 속한다.대회 참가자와 관람객이 뒤섞인 국제 행사를 무사히 치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눈으로 보며 강원도의 치안을 책임진 필자로서는 어깨가 무겁다.

국내외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안정을 찾으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최대현안으로 떠오르자 주최 측은 그에 부응이라도 하듯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올림픽의 전초전 성격이 짙은 테스트이벤트 경기가 25회나 열리며 대회를 치르는데 필요한 요소를 점검하는 과정이 마무리됐다.경찰도 치안테스트를 함께 거친 셈이다.경찰특공대와 112타격대를 경기장과 숙소경비 최일선에 배치하고 선수단의 입국에서부터 출국까지 그림자처럼 뒤따랐다.

드론의 공격을 우려하여 임시 비행제한구역을 정하고 드론 관측조를 따로 편성해 매의 눈으로 감시했다.스키와 스노우모빌 능력을 겸비한 경찰관팀으로는 기동성을 높여 환경맞춤형 치안을 펼쳤다.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스마트순찰차로 신속 정확히 112출동하고 열화상탐지 장비, 드론차단 기기 같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장비도 배치함으로써 명실공히 IT강국으로서의 면모도 선보일 것이다.

기존의 근엄한 경찰제복을 벗어던지고 가이드 같은 편안한 차림으로 관광객들에게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광경찰대,귀가 정화되는 말발굽 소리 드날리며 퍼레이드를 이끄는 기마경찰대,유창한 외국어 실력으로 시간장소를 가리지 않고 답답함을 풀어주는 통역요원의 역할로 관광한국의 이미지를 만방에 알리는 것은 덤이다.

한국의 저력은 때때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솟아나오는지 모를 불가사의한 힘으로 위기의 파고를 넘어왔다.필자는 믿는다.이번에도 우리의 저력은 유감없이 발휘될 것이고 완전무결한 경비체계는 성공적인 올림픽을 뒷받침할 것으로.그리고 대한민국은 지금 안팎으로 펼쳐진 어려움을 걷어내고 한 번 더 도약할 것이다.왜냐하면 우리는 여태껏 그리 해오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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