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용태 책과 인쇄 박물관장 (춘천 신동면)
30여년간 출판·인쇄소 경험 살려
2년전 금병산자락 박물관 문열어
님의침묵 초간본 등 전시돼 관심

▲ 정용태 책과 인쇄 박물관장이 오는 14일 개관 2주년을 앞두고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한승미
▲ 정용태 책과 인쇄 박물관장이 오는 14일 개관 2주년을 앞두고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한승미
춘천시 신동면 금병산자락에 몇해 전까지 보이지 않던 박물관이 자리잡았다.바로 책과 인쇄에 대한 수집품이 전시된 ‘책과 인쇄 박물관’이다.이곳은 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보여주고 체험하는 박물관으로,오는 14일 개관 2주년을 맞는다.박물관 1층은 광인사인쇄공소를 재현한 인쇄 전시실,2층은 ‘훈민정음’ ‘천자문’ ‘명심보감’ 등을 전시한 고서 전시실로 마련됐다.3층은 김소월 ‘진달래꽃’의 1925년 초간본과 한용운의 ‘님의침묵’ 1926년 초간본 등 근현대 책들이 전시되고 있다.전시물 하나하나 국내·외에서 흔치않은 자료라는 걸 쉽게 알 수 정도로 알차게 전시돼 전국 각지에서 발길이 몰리고 있다.

‘책과 인쇄 박물관’은 정용태(65·사진) 관장이 사비를 들여 조성한 사설박물관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정 관장은 20대 청년시절을 신문사에서 보내고 서울 충무로에 출판·인쇄소를 창업해 30여년 동안 활자와 함께 살아왔다.은퇴 후를 고민하던 정 관장은 책과 함께 오래된 인쇄기를 전시한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겠다는 꿈을 꾸고 옛 기계들을 하나둘 수집했다.하지만 과거 흔했던 활자 주조기,수동 인쇄기 등이 컴퓨터가 등장하며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애를 먹었다.우연한 기회에 춘천에 터를 잡은 정 관장은 본격적으로 인쇄박물관을 개관하고자 결심하고 강화도,제주도 등 국내 섬과 광주,전주,대구 등 시골마을을 수소문해 인쇄기를 찾아헤맸다.시간이 흘러 대부분의 인쇄기를 보유할 즈음 생각하지도 못했던 벽에 부딪쳤다.근대 인쇄역사의 축인 청타기와 수동명함인쇄기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대중적이었던 만큼 다들 쉽게 처분했고 아직 갖고 있는 사람은 기록에 남지 않았다.그러던 어느날 광주에 수동명함인쇄기가 있다는 소식에 정 관장은 전화를 끊자마자 광주로 향했다.정 관장이 개관을 준비하며 가장 행복한 하루였다.

▲ 책과 인쇄 박물관의 외관
▲ 책과 인쇄 박물관의 외관
“사람도 기계도 안 쓰면 망가집니다.오래된 기계지만 계속 작동시켜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었어요.”

정 관장은 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독일 마인츠 구텐베르크 박물관,스위스 바젤 종이박물관,프랑스 리옹 인쇄박물관 등 세계 각국의 인쇄 박물관을 답사했다.프랑스 리옹 인쇄박물관에 직지부터 인쇄의 역사가 전시된 것을 보고 책과 함께 전시하는 박물관을 구상했다.또 박물관의 인쇄기들의 시연방법을 모니터 영상으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쉬워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들고자 다짐했다.책과 인쇄박물관은 활자주조기,활판인쇄기 등 대부분의 인쇄기들은 정상작동해 관람객들에게 시연하고 체험을 권유한다.

정용태 관장은 “사설 시설로 운영되다 보니 운영에 어려움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근현대 인쇄역사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완해 나갈 계획”이라며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아와 인쇄과정을 통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하고 평소 책을 보면서 인쇄공들이 흘린 땀방울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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