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문재인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100일을 넘기면서 하강하기 시작했다.리얼미터가 교통방송의 의뢰로 지난 11∼13일 전국의 성인 남녀 152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신뢰 수준 95%),대통령 지지율이 66.8%로 집계된 것.3주째 연속 내림세다.하락 이유로는 청와대·여당의 전술핵무기 배치반대,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부적격 논란 등이 꼽힌다.다른 이유는 없을까?

지지율 하락과 ‘이니(문 대통령 애칭) 팬덤(fandom)’ 현상이 주춤한 건 우연이 아니다.박근혜정부 초기에 나타났던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데다 실책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없기 때문.대통령이 취임 3일만에 발표한 ‘비정규직 제로’는 노사,노노갈등을 불러일으키며 600만비정규직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고문’을 안겼다는 지적을 받는다.3만 명이 넘는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 전문강사,초등학교 스포츠 강사 등 5개 직종의 정규직 전환이 최종 무산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유는 또 있다.치밀한 검토 없이 불쑥 내뱉은 정책이 성과는커녕 갈등과 분열을 초래한 것.최저임금 인상,탈원전,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청와대 발 정책 대부분이 분란의 씨앗으로 작용하고 있다.국민적 공론과정이 생략되고,협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은 그래서 뼈아프다.아이를 가정에서 키우는 부모들에게 지원되는 ‘가정양육수당’을 한 푼도 인상하지 못하겠다는 건 스스로 ‘양치기 정부’를 자인한 꼴이다.이러니 저출산 정책이 제대로 먹힐지 의문.

문재인정부는 출범 4개월이 지나도록 내각 구성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구호가 무색한 상황.내놓을 만한 성과도 없다.높은 지지율에 따른 ‘용비어천가’도 잠잠해졌다.새정부 출범 100일을 전후해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의견을 전달했으나 결과에 무력했다”고 했다.십상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박근혜 전 대통령은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한다면 누가 제 옆에서 일을 할 수 있겠는가”며 문고리 3인방을 놓지 않았다.박 정권은 결국 실패했다.시중에서는 벌써 ‘도로아미타불 정권’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과신,자아도취가 불러온 현상은 아닌지….

강병로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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