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늘날 미국과 어깨를 겨루며 맞상대를 할 만큼 커진 배경에 덩샤오핑(1904~1997)이라는 작은 거인이 있다.그는 중국이 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개혁·개방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그래서 쥐만 잘 잡으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가릴 것 없다며 주창한 것이 그 유명한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다.이런 정책기조와 방향이 현대 중국의 모습을 만드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30여 년 전인 1987년 덩샤오핑은 3단계 국가발전론을 내놓는데 이것이 이른바 중국말로 산바오조우(三步走)라는 것이다.그 첫 번째는 원바오(溫飽)사회로 겨우 기본적 의식주를 해결하는 단계다.원바오란 그저 따뜻한 잠자리(溫)와 배불리 먹는 것(飽)을 해결하는 것이다.등 따시고 배부르다는 말이 이 단계일 것이다.우리나라가 6·25 전쟁 직후 절대가난을 면하는 것이 국가의 목표였던 것과 같다.

두 번째는 샤오캉(小康)사회라는 것이다.이 단계는 기초적 의식주가 해결된 후 생활수준을 중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여러 사회문제가 드러나고 모순과 갈등이 상존하지만 복지사회의 토대를 어느 정도 마련하는 상태를 말한다.덩샤오핑은 중국이 후진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현대 국가의 면모를 갖추는 2단계까지 진입하는 목표시점을 공산당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21년으로 잡았다.

겉으로만 보면 중국은 미국과 패권을 다투고 있지만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속단키 어렵다.5년여 남은 덩샤오핑의 스케줄대로 그런 목표가 달성될 것인가.지난 20~30년 동안 몸집은 미국과 겨룰만해 졌으나 체질이 뒷받침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지난 25일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집권 2기를 시작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강한 중국과 샤오캉 사회의 실현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세 번째는 대동(大同)사회인데 현대화를 완성하고 태평성대를 이루는 단계다.뎡사오핑은 그 목표시점을 건국 100주년인 2049년으로 잡았다.그러나 이 단계는 사실상 이상 국가에 가깝다.샤오캉 사회를 얼마나 발전시켜나가느냐가 보다 현실적 관심사다.덩샤오핑이 현대 중국의 설계자라면 시진핑은 집행자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 같다.부패와 빈부격차라는 난제가 기다리는 그의 집권 2기를 주목한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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