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썼던 빨래 건조대가 완전 주저앉아 망가졌다.더 이상 견디어내는 힘 임계점이 한계에 달했나보다.임계점은 영어로 결정적 혹은 치명적 지점(critical point)이다.인내가 더 이상 참아낼수 없는 지점에 달했을 때 그 고통을 분출할 수 있는 결정적 지점,작금의 미투 운동이 바로 그 임계점이다.미투 여성은 가슴 속 깊은 분노가 도저히 해결되지 않아 커밍아웃한 사람들이다.당했던 성범죄가 시간 지나 잊혀지기는 커녕 늘 삶의 중압감으로 작용해왔음을 겨우 꺼내놓는 여성들이다.이는 어느 누구도 왜 그렇게 오래 전 일을 이제와서라고 따져 물을 수 없는 이유이다.

간디가 말한 사회적 죄악 일곱 중 세번 째는 ‘양심 없는 쾌락’이다.쾌락에 인권유린을 서슴치 않았던 사람들이 저렇게나 많았어 싶을 정도로 미투고백이 이어진다.족적(足跡)이라는 말이 있다.적(跡)이 ‘흔적’을 뜻하니 족적은 발로 밟고 지나갈 때 남는 흔적으로 지나온 과거의 행적을 발자치로 정의한다.이제는 남성들이 어떻게 살았나를 알아보려면 족적이 아닌 ‘성적(性跡)’ 즉 ‘성자취’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유대 경전 탈무드는 진실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세가지 예외를 말하는데 ‘지식’‘ 환대’‘성’이 그것이다.지식은 지식과시를 피하기 위해 알아도 모른다고 할 수 있고 환대는 소한 접대라도 큰 환대 받았다고 말할 수 있고,그리고 성은 아주 내밀한 사안이기에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거짓이 허용되는 성은 떳떳한 성에 한해서이다.비도덕적이고 음란한 성,위계나 권력을 이용한 착취의 성,미투의 가해자 성은 수치와 모욕은 물론 엄벌 혹은 영구퇴출을 당해 마땅한 성이다.

대통령도 미투의 수사를 촉구했다.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저자 김승섭은 사회병폐의 원인을 찾아 부조리한 사회를 바꾸는 것으로 사람들을 보호해야한다고 주장한다.전방위적 미투고백을 보니 이 책이 떠오른다.이쯤되면 남성의 성은 개인 영역에서 사회의 영역으로 나와 통제를 공론화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보다 강한 법적 잣대의 마련이 미넥스트(Me Next)를 방지한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c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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