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라간의 관계가 꼬일 때 비상수단을 꺼내 든다.통상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기 어려운 경우 특사(特使)라는 카드가 동원된다.기존의 공식 외교채널 외에 특별한 임무가 부여돼 사절을 파견하는 것을 말한다.그때 형편에 따라 내용과 성격이 다를 수 있지만 크게는 특정 현안 해결을 위한 사무사절(事務使節)과 국가원수 취임같은 경사를 축하하기 위한 예의사절(禮儀使節)로 나뉜다.

중국 춘추시대 제(齊) 나라의 안자(晏子)라는 인물은 영공과 장공,경공까지 3대에 걸쳐 임금을 보좌한 명재상이다.안으로는 군주를 충직하게 모시고 밖으로는 원칙과 절도를 잃지 않은 탁월한 정치가로 후세에 그 이름이 전한다.제후국들이 각축하는 불안정한 패권질서와 정치 환경 속에서도 그의 외교 전략과 역량은 제나라 위상을 크게 높여 놓았다.특히 그의 사신 외교는 시대를 초월한 전범이 된다.

춘추5패 가운데 하나로 큰 세력을 떨친 초(楚) 나라 사신으로 갔을 때의 일화는 그의 진면목을 보여준다.안자는 그의 명성과는 달리 키가 5척(五尺)이 안 되는 단신에 볼품없는 외모였다.사신을 얕잡아 본 초나라는 대문을 걸어 잠그고 쪽문으로 가도록 안내했다.그는 개(狗) 나라에 사신으로 왔으면 개구멍으로 들어가겠지만 초(楚) 나라 사신으로 왔으므로 그리할 수 없다 버텼고,결국 대문을 열게 했다.

영 왕을 만나자 이번엔 제나라에 그렇게 인물이 없느냐고 그의 외모를 빗대 수모를 준다.안자는 “수도 임치(臨淄)는 사람들이 소매를 들어 올리면 도시에 그늘이 지고,땀을 한꺼번에 뿌리면 비가 오는 것 같고,어깨가 닿고 발꿈치가 채여 걸을 수 없을 만큼 인재가 많다”며 “제나라는 상대국 수준에 맞게 사신을 파견하는데,자신은 하등(下等)의 인물”이라 역공한다.머쓱해진 초 왕이 이후 정중히 대했다 한다.

오늘(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특사단이 1박2일 평양을 방문한다.특사단은 서훈 국정원장,천해성 통일부 차관,김상균 국정원 2차장,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을 비롯한 5명.지난 평창올림픽 때 북한 김여정 특사 파견에 대한 답방 형식인데,이 여정에 한반도 정세가 걸린 셈이다.비핵화의 길은 멀고 지켜보는 눈은 민감하다.위의(威儀)도 지키고 성과도 거두는 안자같은 지혜를 기대한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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