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시대 제(齊) 나라의 안자(晏子)라는 인물은 영공과 장공,경공까지 3대에 걸쳐 임금을 보좌한 명재상이다.안으로는 군주를 충직하게 모시고 밖으로는 원칙과 절도를 잃지 않은 탁월한 정치가로 후세에 그 이름이 전한다.제후국들이 각축하는 불안정한 패권질서와 정치 환경 속에서도 그의 외교 전략과 역량은 제나라 위상을 크게 높여 놓았다.특히 그의 사신 외교는 시대를 초월한 전범이 된다.
춘추5패 가운데 하나로 큰 세력을 떨친 초(楚) 나라 사신으로 갔을 때의 일화는 그의 진면목을 보여준다.안자는 그의 명성과는 달리 키가 5척(五尺)이 안 되는 단신에 볼품없는 외모였다.사신을 얕잡아 본 초나라는 대문을 걸어 잠그고 쪽문으로 가도록 안내했다.그는 개(狗) 나라에 사신으로 왔으면 개구멍으로 들어가겠지만 초(楚) 나라 사신으로 왔으므로 그리할 수 없다 버텼고,결국 대문을 열게 했다.
영 왕을 만나자 이번엔 제나라에 그렇게 인물이 없느냐고 그의 외모를 빗대 수모를 준다.안자는 “수도 임치(臨淄)는 사람들이 소매를 들어 올리면 도시에 그늘이 지고,땀을 한꺼번에 뿌리면 비가 오는 것 같고,어깨가 닿고 발꿈치가 채여 걸을 수 없을 만큼 인재가 많다”며 “제나라는 상대국 수준에 맞게 사신을 파견하는데,자신은 하등(下等)의 인물”이라 역공한다.머쓱해진 초 왕이 이후 정중히 대했다 한다.
오늘(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특사단이 1박2일 평양을 방문한다.특사단은 서훈 국정원장,천해성 통일부 차관,김상균 국정원 2차장,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을 비롯한 5명.지난 평창올림픽 때 북한 김여정 특사 파견에 대한 답방 형식인데,이 여정에 한반도 정세가 걸린 셈이다.비핵화의 길은 멀고 지켜보는 눈은 민감하다.위의(威儀)도 지키고 성과도 거두는 안자같은 지혜를 기대한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