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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의 소소한 불편, 대안을 찾아서

유현옥 2018년 03월 27일 화요일
▲ 유현옥 한국여성수련원장
▲ 유현옥 한국여성수련원장
얼마 전인가,잡지를 만들면서 지인들에게 ‘혼자 먹는 밥’이라는 주제로 짧은 글을 청탁한 적이 있다.배우자와 사별하고 혼자 살아가는 여성 몇 분,이혼 후 오랫동안 싱글인 중년남성,그리고 젊은 대학생까지 다양한 계층의 혼밥 풍경을 읽을 수 있었다.청년들은 패스트푸드와 햇반을 애용하고,다른 이들도 이런저런 반찬 없이 원 푸드이거나 라면을 주식으로 하는 등 아주 간단한 식탁을 차리고 있었다.하지만 무엇을 먹는가 보다 두런두런 이야기할 사람 없이 밥을 먹는 사실에 큰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을 그들의 글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요즘 직장 따라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다 보니 그들의 글이 가끔 생각난다.숟가락 한 개,컵 하나,접시는 두 개….강릉에 방 하나를 얻으며 꾸린 짐은 참 간단했다.강릉에서의 삶은 오롯이 혼자지내는 시간이기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관심을 가졌던 심플라이프를 실천해보기로 했다.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은 아니지만 바닷가 면사무소와 전통시장이 정겨운 동네에서 보내는 삶은 지금과는 조금 다르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최소의 소유로 살아보자’ 가능하면 여분의 것을 갖지 말고 꼭 필요한 한 개씩만 소유하며 지내려는 마음으로.이 시도는 아직까지 그런대로 좋다.생활이 때로 불편하지만 음식쓰레기도 많이 나오지 않고 플라스틱 제품도 가급적 줄이는 등의 소박한 실천을 진행 중이다.그런데 막상 경험을 해보니 1인가구로 살아간다는 것은 일상에 많은 불편함이 있다.3~4인이 먹음직한 식재료들과 낱개로 팔지 않고 세트로 판매하는 생활용품들,이런 자잘한 일상에서부터 1인가구는 무언가 비정상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구조도 많다.

1인가구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제도나 의식은 여전히 혼인을 중심으로 가구를 구성하고,부모와 자녀가 하나의 책임으로 묶여있다.지난해 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건강가족기본법을 일부개정하면서 ‘1명이 단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생활단위’라는 1인 가구의 개념을 정의하고,이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소식이다.이런 정책적 시도와 더불어 우리주변의 가구와 가족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비혼의 여성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어느 지역 시의원도 있었고 노인들이 홀로 살고 있어도 자녀가 있으면 그 자녀들에게 부양의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현실이 어떠하든 복지정책에서 밀려나 있는 게 현실이다.

전통적으로 부모와 자녀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을 사회 구성의 최소단위로 여겨왔지만 이 개념은 날로 현실과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설령 한 가족을 구성하고 있더라도 얼마나 많은 가족이 각각의 가구를 구성하여 살고 있는가?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1인가구는 늘어간다.노령인구가 많아지는 강원도의 경우는 1인가구가 전국비율보다 더 높고,여기에 고령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높다.다양한 연령층의 1인가구 가운데서도 노령여성 1인가구에 대해 보다 세심한 정책과 사회보호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무엇보다 삶의 방식이 전통적 가족주의 방식을 벗어나 다양하게 이루어졌으면 싶다.요즘 시골로 가면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이 모여 밥도 해먹고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참 여유로워 보인다.마을이 함께 어르신들을 돌보는 경우가 많다.이런 모델을 더 활성화하면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요즘 몇몇이 부엌을 공유하며 따로 또 같이 살고,더불어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공동체를 고민하고 있다.가족,그 너머의 무엇을 향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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