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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이 초대한 평화가 온다

<平昌> <平和>

남궁창성 2018년 04월 24일 화요일
▲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이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남북을 가시철망으로 70년이나 갈라놓은 155마일 휴전선을 단숨에 뽑아 버리는 꿈.양양역에서 원산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에 올라 며칠 밤을 달려 바이칼호에 ‘풍덩’하고 뛰어드는 바람.금강산 마하연에 올라 절집주인 준대사와 동자승의 선문답을 시공간을 초월해 지켜 보는 공상.그리고 2001년 중국 선양에서 만나 짧게 인연을 나눴던 평양음대 출신의 최옥미와 더 늙어 서로 못 알아보기 전에 대동강변을 나란히 거니는 소망….하나같이 망상이었다.

2018년 1월10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수호랑의 힘을 빌려 질문 기회를 얻은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창올림픽 계기 고위급 방남 대표단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문 가능성을 물었다.신중한 답변이 되돌아 왔다.“이제 첫걸음인데 출발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그렇다고 너무 앞서 가면서 이런 저런 가정을 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요.북한이 평창올림픽 계기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한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가능하면 고위급 대표단에 대해서 어제와 같은 대화의 장이 평창올림픽 기간에도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북한이 어느 급의 대표단을 보낼지 여부는 알 수 없는데 아마 평창올림픽이 다가 오면서 서로 간에 실무적인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기 때문에 가시적으로 발표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꼭 한달뒤 2월10일.백두공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예방했다.김정은 국무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서울을 찾은 김 부부장은 방문소감을 써내려 갔다.‘평양과 서울이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서 더 가까워지고 통일번영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합니다.’ 김여정 특사는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담은 친서를 전달했다.또 “문재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구두 메시지도 공개했다.김 특사는 2박3일 서울과 평창에 머물며 문 대통령과 5번 만나 같이 밥 먹고 함께 한반도기를 흔들며 불신의 벽을 허물고 신뢰의 다리를 연결했다.

3월5일.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으로 날라가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했다.다음날 밤 서울로 되돌아 온 정 특사는 “남과 북은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또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핫 라인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공개하면서 한반도에 봄소식을 전했다.남북은 약속대로 20일 정상간 핫 라인을 개통했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7일 판문점에서 포옹을 한다.

지난 18일 낮 경기 파주 공동경비구역(JSA).이중 철조망이 좌우를 철벽같이 차단한 1번 국도를 따라 판문점으로 가는 버스 차창 밖으로 손에 잡힐듯 태극기와 인공기가 키를 다투고 있었다.남한과 북한 병사들은 군사분계선을 가운데 두고 허리춤에 권총을 찬 채 상대와 눈총싸움을 벌였다.같은 시각 같은 장소 남과 북은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발씩 양보하고 한 뼘씩 이해하며 이견을 좁혀갔다.판문점 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통일로 길목에 서자 남북출입사무소 전광판이 ‘평화,새로운 시작’을 예고하고 있었다.휴전선을 뽑아 버리는 꿈.원산을 거쳐 블라디보스톡에서 TSR 열차를 타는 바람.주말마다 배낭을 메고 금강산을 오르는 공상.그리고 평양친구 최옥미와 대동강 을밀대를 산책하는 소망….하나같이 창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상상이 이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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