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년 전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옥수수는 밀,벼와 함께 세계 3대 식량 작물 중 하나로 꼽힌다.1492년 미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유럽으로 가져간 뒤 16세기엔 아프리카와 아시아까지 퍼졌다.우리나라엔 1700년대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된다.중국어 발음 ‘위수수’가 우리말로 옥수수가 되었고,국내 각 지방에서 옥수시,옥시기,강냉이,강낭 등으로 불렸다.척박한 땅 어디에서나 잘 자라 구황작물로 인기가 높다.감자와 함께 강원도를 특징짓는 작물로도 유명세.

옥수수의 용도는 다양하다.수분과 탄수화물,단백질은 물론 비타민 B1,B2,칼륨,철분 등 무기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특히 옥수수의 씨눈에는 필수 지방산인 리놀레산이 많아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동맥경화를 예방한다.옥수수 수염은 이뇨작용과 부기를 빼 주는 효능이 있고,알맹이를 떼어낸 옥수수 대에는 잇몸 질환을 예방하는 성분이 있다.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옥수수를 가루로 만들 때 생기는 용액을 이용해 페니실린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옥수수의 쓰임새는 쌀과 밀을 압도한다.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상품 가운데 70% 이상이 옥수수를 원료로 쓴다.옥수수 알곡을 이용해 식품과 식품첨가물을 만들고 이삭과 줄기는 가축사료로 쓴다.화장품과 신약 성분을 추출하고,맥주와 위스키 등 술을 빚기도 한다.항산화 물질과 식이섬유,칼륨 등이 풍부해 건강식품을 만들거나 노화 방지,다이어트 음식을 만드는데 필수 재료로 쓰인다.뿌리부터 알곡까지 버릴 것이 없는 슈퍼 식물.

옥수수밥과 올챙이국수,옥수수 찐빵은 강원도 산골마을의 필수 식량이었다.허기를 달래주고,삶을 지탱시킨 생명줄이나 다름없었다.60~70년대 정선,평창,홍천,인제 등 강원도 산간지대에 살던 도민들에겐 ‘눈물과 가난으로 빚은 음식’으로 통한다.경제성장에 힘입어 구황작물에서 웰빙 식품으로 거듭났지만 올 여름 강원도 옥수수에 이상징후가 감지된다.폭염과 가뭄 지속되며 유례없는 흉작이 우려되는 것.옥수수축제를 열 정도로 생산량이 많은 홍천군의 8월 수확량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강원도의 폭염 피해 예상면적만 33만평.구황작물인 옥수수마저 이상기후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바짝 말라 비틀어진 옥수수 밭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겁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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