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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친교(不必親校)

이용춘 2018년 10월 05일 금요일
▲ 이용춘 원주우체국장
▲ 이용춘 원주우체국장
리더 상을 이야기할 때 똑똑한가 또는 멍청한가의 지적능력을 한축(intelligence) 으로 하고 부지런한가 또는 게으른가의 주도성(initiative)을 또 다른 한축으로 해 똑부형,똑게형,멍부형,멍게형이 자주 회자된다.프로이센군을 정비하고 덴마크,오스트리아,프랑스 등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독일통일의 기초를 다진 몰트케가 참모총장 시절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면서 이 같은 리더 상이 생겨났다. 몰트케는 목표와 전략을 설정해야 하는 고위 장교의 자질로 높은 지적수준을 우선 꼽았다.즉 똑똑해야 한다는 것이다.똑부형 리더는 똑똑하며 부지런하고,똑게형 리더는 똑똑하나 게으르며,멍부형 리더는 멍청한데 부지런하나,멍게형 리더는 멍청한데 게으르다.

일반적으로 똑똑한 것이 멍청한 것보다 바람직하고,게으른 것보다 부지런한 것이 좋다.그렇다면 똑부형 리더가 가장 선호돼야 하나 그렇지 않다.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사는 똑게형이고,가장 싫어하는 상사가 멍부형이다.똑똑하지만 게으른 상사는 부하들에게 정확한 지침을 주고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많은 권한을 부하에게 넘겨주고 믿어준다.챙길건 챙기면서도 겉으로는 게을러보여 부하들이 스스로 일하게 하는 지혜로운 리더다.똑똑하면서도 부지런한 상사는 끊임없이 성과를 요구하고 때로는 답답함을 못이겨 자신이 일을 다 처리하므로 부하직원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조직의 발전에도 해가 될 수 있다.장기적이고 평온한 상황에서는 똑게형이 조직 성과산출에 유리할 수 있겠지만 성과를 단시간 내에 내야하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똑부형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삼국지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제갈공명이 직접 장부를 조사하자(親校簿書·친교부서) 하급관리인 양옹이 ‘통치에는 체통이 있습니다.상하간에도 고유권한을 침범해서는 안 됩니다.사내종은 밭 갈고,계집종은 밥 짓고,닭은 새벽을 알리고,개는 도둑을 지키는 이치입니다.이 모든 일을 주인 혼자서 할 수 없는 노릇이듯 어찌 지체 높으신 군사께서 이리하십니까’라고 하자 공명이 공감했다.양과의 말에서 할 일과 맡길 일이 따로 있기에 상사가 모든 일을 직접 챙겨서는 안된다는 ‘不必親校·불필친교’란 고사성어가 유래되었다.

춘추시대 공자가 제(濟)나라 경공에게 나라를 잘 다스리는 도리로 각자가 자신의 분수와 명분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임금은 임금답고,신하는 신하다우며,아버지는 아버지답고,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君君臣臣父父子子)’는 말은 지금도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된다.동서고금을 떠나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눈과 생각은 비슷하다.리더는 목표를 바라보고 성과를 내야하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조급하기 쉽다.그러나 대부분의 일은 리더만의 의사결정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구성원의 이해와 행동이 있어야 한다.그러다보니 자신의 구상대로 일이 진척되지 못하면서 조급해진다.서두르다보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기다림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불필친교는 여유이자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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