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뒤편에 붙여놓은 마블링 작품을 보며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 본다.스물일곱명 모두 꼭 같은 게 하나도 없어 보기 좋고 소중하다.교실에서 여덟 달 가까이 함께 살면서 나는 아이들 한명 한명을 소중한 다른 존재로 보고 있었나 싶다.생김새와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른 아이들을 내가 가지고 있는 틀과 잣대에 맞추려고만 했다.쉬는 시간마다 피구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교실에서 앉아 놀기를 바라고,친구들과 떠들며 공부하고 싶은데 지루한 내 얘기만 들으라고 한 것 같다.우리 아이들 삶에서 자기 스스로 선택해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을까?학교 공부를 마치고 마음껏 뛰어 노는 아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요즘 방탄소년단(BTS)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미국 유명한 음악차트에서 1등을 하고 케이팝을 세계에 알렸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그리고 케이팝이 50억 달러(약 5조 7170억 원)크기의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계산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사랑하라”고 얘기한다.그들이 부르는 노랫말에는 우리 어른들이 꺾어버린 아이들의 꿈들이 있고 삶이 있다.많은 청소년들이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좋아하는 까닭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어른들에게 듣고 싶은 말들을 대신 해주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아침에 학교로 가는 딸,아들에게 오늘 하루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다 오라고 얘기하고 싶다.공부 열심히 하고 학원도 빼먹지 말고 꼭 가라는 말 대신 좀 더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는 말들을 하고 싶다.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비교당하고 작은 실패도 너그럽게 봐주지 않는 사회 속에서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우리 어른들도 다 겪은 일이니까 말대꾸 하지 말고 그냥 잘 견디라고,시키는 대로 하면 다 잘 될 것이라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내 마음대로 색을 쓰고 마음껏 휘저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마블링 작품을 만들 듯이 우리 아이들 삶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5년전 방탄소년단이 세상에 처음 나오며 부른 노래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의 노랫말 이다.“제발 강요하진 말아줘.어른들과 부모님은 틀에 박힌 꿈을 주입해.장래희망 넘버원 공무원,강요된 꿈은 아냐.9회 말 지옥 같은 사회에 반항해.억압만 받던 인생 네 삶의 주어가 되어봐.네가 꿈꿔온 네 모습이 뭐야? 너의 길을 가라고 단 하루를 살아도”.앞으로 방탄소년단이 자신들 그룹 이름처럼 사회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당당히 자신들의 삶을 멋지게 사는 어른이 되길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