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도 색깔도 길이와 크기도 각기 다른 수도꼭지를 파는 곳이 눈길을 끈다.저런 품목을 내다 팔 생각을 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정도다.그러나 이내 그런 편견은 사그라진다.아주 사소한 물건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어떻게든 좀 더 활용을 하겠다는 그들의 삶의 태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날(raw) 것 같은 시장은 묘한 매력이 있다.잘만 고르면 고풍스럽고 클래식한 골동품을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도 있다.그래서 케이프타운에 머무는 동안 3주를 연속 다녔다.나와 같은 여행자조차도 ‘오늘은 무슨 물건이 나올까?’라는 궁금증이 토요일 오전이면 이곳으로 발길을 옮기게 한다.
그러나 어디 이 머나먼 ‘밀너튼’ 뿐이랴.서울의 황학동 도깨비시장이나 동묘 주변 벼룩시장은 이미 그 규모나 거래 품목류에서도 내국인들의 볼거리로 인정받는 명소가 되지 않았는가?강원도 소도시나 농촌마을 곳곳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을 모아 영동고속도로든 춘천고속도로든 어느 적당한 도로에 일렬로 한 날 한 시에 개최해 봄은 어떨까 그려본다.127번 고속도로를 따라 열리는 세계 최장의 벼룩시장(127 Yard Sale·약1100㎞)이 미국에만 있으란 법이 어디 있는가? 아프리카풍에 유럽향기까지 곁들어진 ‘밀러튼’같은 벼룩시장이 케이프다운에만 있으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세계 최장은 아니더라도 ‘국내 최장의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 정취 물씬,강원도향 풀풀’나는 벼룩시장들이 독특하고 색다른 문화콘텐츠가 되어 강원도의 관광산업에 크게 일조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