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수 문화평론가·소설가
적폐청산이라는 단어는 중국 고사에서 빌린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역사에서 나온 말도 아니다.다만 지난 30여 년 동안의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진보와 보수의 정치권에서 정권을 잡고 물러나면서 생긴 단어다.이 말의 뜻은 너무 좋다.‘적 積(쌓을 적)’의 뜻은 우리가 은행에 적금을 들었다 할 때 그 ‘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그리고 ‘폐 弊(폐단 폐)’는 어떤 일이나 행동에서 나타나는 옳지 못한 경향이나 해로운 현상이다.‘청 淸(청소할 청) 산 算(셈 산)’ 역시 청소하듯이 서로 깨끗하게 계산해서 줄 것은 주고,받을 것은 받아야 된다는 의미이지만 그 안에는 벌 받을 것은 벌 받고 상 받을 것은 당연히 받아야 된다는 뜻이 담겨있다.
적폐청산이라는 단어는 2016년 가을,정권교체의 시작점이 된 전직대통령 게이트 이후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 정권의 국정농단이 주된 구호 중 하나가 되었다.그리고 19대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당시 대통령 후보가 적폐청산을 공약 중 하나로 삼아 이 단어가 마치 정치권의 화두인양 사용되기 시작했다.정치권은 지금 적폐청산이라는 정책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여당이 이 정책을 펼치면 야당은 정치보복,혹은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을 하고,야당은 신(新) 적폐청산이라는 용어를 갖고 정부 여당을 공격하면 여당은 야당과 똑 같은 방법과 논조로 공격을 한다.다음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면 또 다시 적폐청산을 하려는 정치인들의 사고는 정말 잘못된 정치적 미숙함으로 여겨진다.
어쨌든 현 정부는 과거의 관행처럼 여겨졌던 부패 등에 대해 칼의 각을 세우고 꾸준히 청산의 대의로 진행하고 있으나 이런 모습에 반대하는 세력도 많다.현 정부의 적폐청산이 너무 과거 일만 집착하면 안 된다.미래에 대한 대비가 너무 부족하다.과거보다는 미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정부의 의지는 강하다.현 정부는 최우선 국정과제인 적폐청산을 뒷받침하기 위해 당 적폐청산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위원회는 촛불혁명을 근간으로 출범한 현 정부와 민주당의 적폐청산 의지를 확인하고 적폐청산을 위한 법,제도,문화적 개혁을 추진해 국민 열망에 부응할 것”이라고 밝혔고 진행하고 있다.‘나라를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현 정부의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인 4대 비전과 함께 적폐청산을 내걸었다.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청산이 다음 선거를 위한 포퓰리즘이나 혹은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이용되는 폐단이 없기를 국민은 소망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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