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한림대 교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상징인 세종시는 오히려 소멸위험진입 단계에서 소멸위험 매우낮음 단계로 펄쩍 도약해 정책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일자리와 삶의 질 격차가 크다는 이유로 수도권으로 몰리는 지방 출신 청년들은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탓에 결혼과 출산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서울은 합계출산율 0.84로 저출산 1위의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되는 데 세종은 합계출산율에서도 전국 시도 중 단연 1위로 두각을 나타낸다.참여정부에서 어렵게 씨를 뿌린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밭을 뒤엎은 결과 돌이키기 힘든 수준으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위험이 커진 것이다.
지난 2년간 전국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다운 나라로 돌려놓기 위해 기울인 노력 중에 균형위가 제 살을 도려내어 지방으로 3.5조원 규모의 중앙 정부 기능을 이양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지금까지 포괄보조라는 이름만 있었지 실질적으로는 중앙부처의 지침에 의존하고 국비에 대응하는 지방비 조달에 허덕이던 것에서 비로소 지방이 제 ‘일’을,제 ‘돈’을 가지고,제 ‘스스로’ 기획해 집행하고 책임질 수 있게 된 것이다.이 밖에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아왔던 지방의 대규모 공공투자사업들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고 후속조치로 예비타당성조사에 지역균형발전의 비중을 높인 점은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건설하지 않았더라면 지난 산불에 전국에서 올라오던 소방차들이 제 때 도착할 수 없었을 것이다.지방이 자율적으로 수립한 다부처 묶음 사업을 중앙 정부와 대등한 관계로 협약을 맺고 추진하는 지역발전투자협약은 삶의 질 개선을 통해 그 성과를 주민들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지역밀착형생활SOC사업의 추진 방식으로 확산될 것이다.지난 2년간 균형발전의 제도적 기반과 추진체계를 마련한 만큼 향후 3년은 보다 강력한 정책 추진으로 넘치고 모자란 것을 고르게 해야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