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그룹 인수로 재무개선·과감한 투자 기대 속 불황·경쟁 등 극복 과제도
에어부산·에어서울 자회사 분리 매각 여부도 관심…항공업계 ‘촉각’

▲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선정된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착륙하고 있다.   2019.11.12
▲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선정된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착륙하고 있다. 2019.11.12

아시아나항공[020560]이 금호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HDC그룹에 인수되면 아시아나가 새롭게 비상할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수를 결정한 HDC그룹이 아직 아시아나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지만, 우선 2조원 넘는 자금을 투입하며 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을 안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노후 항공기 정비 및 부품 교체 등 투자가 적절히 이뤄지면서 잦은 고장으로 덧씌워진 ‘불안한 항공사’라는 이미지도 벗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악재로 항공업계가 불황을 맞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저비용항공사(LCC) ‘난립’으로 인한 중·단거리 노선 경쟁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연결기준 7조1천834억원의 매출을 거둬 전년보다 8.9%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282억원으로 전년보다 88.5%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1천95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재계에서는 아시아나가 그동안 흑자 실적 기조를 대체로 이어가면서도 무리한 차입 경영 등으로 재무구조를 부실하게 만들어 위기를 촉발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2분기 기준 아시아나의 부채는 9조5천989억원으로 부채비율이 660%에 육박한다. 총차입 규모는 5조9천147억원, 보유현금 등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5조4천938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는 올해 회계기준이 변경되면서 항공기 운용리스가 부채로 인식돼 부채 규모가 커졌다고 항변하지만, 앞으로도 새 회계기준은 계속 적용돼 이런 구조는 극복해야 한다.

항공사는 그 특성상 항공기 도입 등을 위해 유상증자, 차입 경영이 불가피한 구조다. 대한항공[003490] 역시 작년 차입금 규모가 11조원에 달하고, 부채비율도 700%에 육박했다.

다만, 대한항공은 실적이 견고하고 모회사인 한진[002320]의 든든한 지원이 있어 이런 구조를 버틸 여력이 있지만, 아시아나는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체력이 달리면서 이런 구조를 두고 경영 위기설이 계속 제기됐다.

HDC그룹은 아시아나 인수 가격으로 2조4천억∼2조5천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002990]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을 사는 데 4천억원 이하를,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발행할 신주를 인수하는 데 2조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주 매입 대금 2조원이 아시아나에 수혈되면 현재 1조4천억원 수준인 아시아나의 자본금이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660%에 육박하는 부채비율도 277%로 떨어져 우량기업으로 가는 기틀이 마련된다.

부채비율이 내려가면 아시아나의 회사채 신용등급도 상향되면서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신규 항공기 도입과 노선 확대 등 공격적인 사업이 가능해진다.

아시아나는 1988년 2월 창업 이후 발전을 거듭해 현재 86대의 항공기를 운용하며 21개국 63개 도시에 74개 국제선을 운영하는 대형항공사(FSC)로 성장했다.

LCC가 접근할 수 없는 중장거리 노선에도 취항이 가능해 앞으로 유럽·미주·중동 등 장거리 노선을 집중 공략하면서 LCC와 차별화 전략을 쓸 것이라는 전망이 항공업계에서는 우세하다.

아시아나는 4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퇴진 직후 쇄신책을 내놓고 비수익 노선 정리, 노후 항공기 처분, 조직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가 가진 30년간의 항공업 노하우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HDC그룹이 정밀실사를 통해 기업 부실을 덜어내고 아시아나 미래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면 충분히 더 좋은 회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일본 노선 여객 급감과 보잉 항공기 날개 연결 부위 균열 논란, LCC 경쟁 심화 등 도전 요인도 있다.

당장 아시아나는 올해 상반기 1천억원대 영업손실을 보며 실적이 급격히 꺾였다. 상반기 매출은 3조4천686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0.1% 증가했지만, 1천1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고, 당기순손실 규모도 3천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아시아나는 항공 수요 둔화 및 화물 업황 부진, 환율 상승, 자회사 실적저조 등을 적자 원인으로 꼽았는데, 항공 수요나 환율 같은 부분은 아시아나 노력으로는 바꿀 수 없는 부분이어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LCC 관계자는 “아시아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일본 노선 축소와 LCC 난립 등 경영 환경이 점점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이런 악재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승자의 저주’에 빠져 두 회사 모두 위기를 맞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가 새 주인을 맞으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지각 변동도 예상된다.

이번 매각은 아시아나와 자회사를 모두 ‘통매각’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298690]과 에어서울을 분리 매각할 가능성도 있어 항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어부산은 2008년 항공기 2대로 국내선 운항을 시작해 현재 항공기 26대를 운용하며 35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영남권 국제선 수요를 흡수하며 작년 매출 6천535억원, 영업이익 205억원을 달성하는 등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

에어서울은 2015년 창립해 현재 항공기 7대로 19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두 항공사를 묶어 별도로 매각한다면 이번 입찰에서 탈락한 제주항공[089590](애경)이나 기존 항공사들이 새로 인수전에 뛰어들 여지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 매각 이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면 신규 LCC 진입 등으로 공급과잉 논란이 제기된 국내 항공업계가 큰 폭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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