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 유역 현대 농업과의 괴리
6650㎞ 유역에 11개국 분포
동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
전체인구 70% 농업 종사
농촌 대부분 물 부족 심각
농작물 저생산성 가난 악순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지금까지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는 나일강과 그 유역이었다.

이 강은 동아프리카의 5개국에 둘러싸인 해발 1134m의 빅토리아 호수에서 11개국을 지나 지중해까지 약 6650㎞로 세계 최장의 국제하천이었으나,아마존강이 더 길다는 브라질 쪽의 주장이 우세하다.또한 유역면적은 이 대륙의 10%로 상상 이상의 다양성을 지녀 접근하기가 만만치 않은 곳이다.

10여 년 전의 이집트 고대 나일문명과 나일델타 답사만으로는 이 유역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후 우선 청나일강의 발원지인 해발 약 1800m의 타나호수로 가기 위해,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북쪽으로 약 580㎞ 떨어진 바히르다르 행 새벽버스에 몸을 실었다.

끝이 없을 듯한 해발 약 2000m 안팎의 광활한 고원지대에 펼쳐지는 1월의 건기 농촌경관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농작물을 수확한 뒤 황토 빛의 황량한 대지 위에 뽀얀 먼지가 원형 초가집 주위를 맴돌고 있다.

사실 에티오피아는 세계최빈국 중의 하나로 경제적으로 빈곤상태에 머물러 있지만,면적과 인구 그리고 자원 등의 면에서 우리보다 크고 많은 것을 지닌 대국이다.

도착한 바히르다르는 15세기 이래 서구열강 특히 20세기 초 이곳에 도착한 영국인과 1936년 이탈리아군의 점령 등으로 서구풍의 정감이 넘치는 도시가 이 나라 최대호수인 거대한 타나호수와 면하고 있었다.아프리카의 외진 곳에 이런 고즈넉한 정겨운 도시가 눈앞에 나타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일로 숨겨진 상상의 도시인 아프리카의 샹그릴라였다. 타나호수에서 30㎞ 하류의 청나일 폭포가 잘 보이는 언덕 위에 섰다.상류에 댐이 건설된 2003년 이전의 우기 시에는 폭 400m 높이 최대 높이 45m의 폭포가 장관을 이루었다고 하나,눈앞에는 건기인지 몰라도 빈약한 몇 줄기의 물이 떨어지는 폭포로 변해 있었다.

이렇게 빈약해진 폭포를 병풍삼아 맨발의 젊은 남녀들이 숯이 담긴 자루를 머리에 이고 줄지어 시장으로 향하고 있었다.그들의 애틋한 뒷모습을 보며,언덕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소똥에 풀을 섞어 만든 둥근 땔감용이 길 양쪽에 가지런히 늘어선 채 마르고 있었다.

이렇듯 생계유지를 위하여 나무를 베어 숯을 굽는 일로 숲의 면적은 급속히 감소되었다.즉,20세기 초 국토의 35%는 숲이었으나,현재는 약 11% 만이 숲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이는 비단 에티오피아 뿐 만아니라,아프리카 대부분 나라의 도로변에 숯을 파는 흔한 일로 보기만 해도 숲사정을 알 수 있다.이에 삼림면적 감소방지를 위해 유엔기구나 선진제국에 SOS를 보내고,자국 내의 교육홍보와 더불어 대체에너지 개발과 보급에 힘쓰고 있음도 보았다.

그러나 근본적인 가난문제를 풀지 못하여 열악한 숲 사정은 여전하였다.

이러한 나무벌채는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물론 토양유실과 경지에 대한 적정 관개를 할 수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농작물의 저생산성을 벗어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음이 보였다.

이어 마을 끝자락의 한 허름한 농가를 노크했다.마침 물동이를 등에 지고 물 길러 나서는 아낙네를 만났다.모습이 우리 제주도 여성이 물 길러 가는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고 했더니,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의 낡은 그릇 몇 개와 텅빈 물통이 있는 어둡고 검정 투성이의 부엌을 보여주며 물을 채워야 한다고 했다.

이에 급수원을 직접 보고자 그녀를 따라 물 긷는 곳까지 동행하였다.거의 30분을 걸어 간 조그만 샘터에는 이미 여러 아낙네들이 모여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어 기독교 석굴성지인 랄리벨라를 경유하여 아디스아바바를 거쳐 남쪽 깊숙한 곳에서 본 농촌의 물문제는 실로 심각하였다.수질이 문제가 아니었다.흙탕물이라도 수량확보가 더 큰 문제였다.특히,농가의 주요 현금수입원인 가축사양을 위해 흙탕 연못물을 가축과 사람이 나누어 쓰고 있을 정도였다.최근 이 나라의 10%에 이르는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인구 1억1000만명 중 농업인구가 70% 내외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상황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청나일강 유역의 농촌지역을 뒤로하고,나일강의 진수인 백나일강의 발원지이자 적도가 지나는 우간다의 빅토리아 호수로 향했다.나일강이 시작되는 호수출구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의 공통점인 70% 내외의 과다한 농업인구가 빈곤에 허덕이고 있듯이 이곳도 낮은 소득으로 벌어지는 농촌사정은 에티오피아와 같았다.

다만,특이한 것은 인도의 지도자 간디가 자신이 죽거든 인류평화와 행복을 위하여 나일 강 발원지에 자신의 유해 일부를 뿌려달라는 유언으로 강이 시작되는 호수출구인 이곳에 공원을 만들고 흉상을 세웠다.

간디는 사후 이곳에서 강이 흘러가며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이러한 간디의 사상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물의 의미는 과학자가 과학적인 사실을 토대로 물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보다 더 큰 호소력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이렇게 물이 식량보다 소중해지면서,강 상류의 수단과 에티오피아가 댐을 세우려하자 하류국가인 이집트는 국가운명을 건 일이라며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막겠다는 전쟁의지를 나타냈었다.

참으로 간디가 염원한 평화를 구현하는 일이 국익과 상반될 때,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석유부국 UAE의 두바이에서 사막도시 전체를 현대적인 점적관개를 통해 만든 푸른 도시 속에 에어콘 시설이 완비된 버스정류장을 보았다.순간 물이 사람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아프리카의 농촌모습이 떠올랐다.



전운성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강원대 농학과 졸업△고려대 농경제학 석사△일본 큐슈대학 농경제학 박사△전 한국농업사학회 회장△전 미국 예일대학 농민연구소 객원교수△아태아프리카원장△농업기술실용화재단 초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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