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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냉전의 상흔 ‘음악’이라는 매체로 치유됐으면”

정성훈 연출가 인터뷰
국제 청소년 오케스트라 콘서트
내달 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서
서동시집오케스트라서 아이디어
남북철도 연결 기원 무대 마련
한국 - 러시아 청소년 협연 준비
강원도 아름다움 담은 장면 상영

김진형 formation@kado.net 2019년 11월 26일 화요일 28 면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 괴테의 시집에서 이름을 따온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라는 다국적 악단이 있다.1999년 유대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팔레스타인 출신 문화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창단한 단체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아랍국가,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됐다.서동시집 오케스트라는 2005년 세계 최대의 위험분쟁지역인 팔레스타인의 행정수도 라말라에서 공연한 것으로 유명하다.테러 위험을 무릅쓰고 이들이 연주한 베토벤의 ‘운명’은 종교와 인종 사이 마음의 벽을 무너뜨렸다.2011년에는 한국을 방문,임진각에서 베토벤의 ‘합창’을 연주하기도 했다.냉전의 상흔이 남아있는 동북아의 청소년들도 이같은 하모니에 도전한다.내달 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필하모닉 홀에서 열리는 ‘TKR·TSR의 만남,국제 청소년 오케스트라 콘서트’의 총감독을 맡은 정성훈 연출가는 동북아의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꿈꾸고 있다.다음은 정 연출가와의 일문일답.



-공연 연출을 맡은 계기는.

“5년 전쯤부터 청소년들의 클래식 음악 교류에 관심을 갖게 됐다.음악은 언어가 중요하지 않은만큼 음악으로 학생들이 친해지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다.그런 과정 속에서 지난 해 강릉에서 남북철도 연결을 기원하는 공연을 하게 됐다.청소년들이 모여 미래적인 상상력을 갖기 위해선 다른 장르보다는 클래식을 통해 하나로 모아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아래 이번 기획을 구상했다.”

-왜 오케스트라인가.

“클래식은 화합에 굉장히 좋은 음악장르다.한쪽이 서로에게 맞춰주기 보다는 동등한 입장이라는 점에서 매력이 크다.서동시집 오케스트라에서 공연 아이디어를 얻었다.‘청소년’이라는 꿈 많은 세대가 ‘악보’라는 공통의 언어를 매개체 삼아서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며 상상력을 불어넣게 된다.철도를 잇는 것도 이런 노력에서 시작된다고 본다.아리랑을 통해 한국의 정서를 들려주고 우리가 연주하는 러시아 민요로 감동을 줄 수도 있다.기차 연결을 기원하면서 주변 국가 청소년들이 모여 공연할 수 있는 캠프가 됐으면 좋겠다.프로그램북도 한러 양국 언어로 제작했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들의 연주를 기획한 이유는.

“순수했던 사람 마음은 나이가 들면서 왜곡되기 쉽다.어릴 때부터 가깝게 지내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세상의 갈등과 분쟁도 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어른들끼리 모이면 서로 복잡한데 아이들은 그런게 없다.청소년들이 화합하는 이런 자리들이 많이 마련될수록 평화가 더욱 가까워진다.”

-선곡도 남다를 것 같다.어떤 음악들을 선보이나.

“먼저 체코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관현악곡 ‘나의 조국’ 중 2악장 ‘몰다우’다.체코의 중심부 몰다우 강을 찬미하는 음악으로 당시 식민지배에 있던 조국을 생각하는 역사적 의미를 담은 곡이다.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은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평양에 가서 공연했던 곡인데 현지인들이 우리나라 다른 민요는 몰라도 아리랑만큼은 분명하게 알아 들으신다.이 곡을 통해 우리 아리랑이 오랜기간 사랑받으며 불려왔다는 점을 상기시키고,거꾸로 한국 관객들도 러시아에서 불려지는 아리랑을 느껴보셨으면 하는 마음이다.친일 작곡가로 분류되는 홍난파의 ‘봉선화’도 선택했다.적어도 음악을 만들 당시는 친일의 정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본다.외국 학생들과 같이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은 배제하고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려 했다.이들 프로그램 모두 류드밀라 미하이로브나 러시아 프리모리 음악학교 지휘자,채윤 춘천시립청소년 교향악단 지휘자와 함께 논의했다.”

-연주 외에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담은 장면을 LED 화면을 통해 상영한다.많은 분들이 한국에 대해서는 잘 아시겠지만 강원도 지역의 경우 생소할 가능성이 높다.금강산도 강원도에 있지만 남쪽 사람들은 갈 수 없는 곳인데 분단 현실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다면 외국 관객들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또 올림픽 개최지 평창과 아리랑의 원류인 정선 등의 자연을 소개하면서 만남과 연결을 표현하고자 한다.기차가 연결된다면 러시아 사람들도 강원도에 더욱 관심을 가지지 않겠나.”

-이번 공연 이후의 계획은.

“동북아는 사실 굉장히 분쟁이 많은 지역이다.북한·중국·일본 등 다양한 나라로 확대하고 싶은데 그 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북한 원산이다.연결과 소통을 향한 희망의 움직임들이 이어져서 화합하는 장이 계속 마련됐으면 좋겠다.요즘에는 SNS도 활발하니 주변에 파급되는 효과도 매우 클 것으로 생각한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정성훈 연출가는=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겸임교수 및 다큐멘터리 감독.영화 ‘이태원살인사건’,‘제보자’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사할린에서 연 국악축전으로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 이후 동북아 문화교류에 관심 가져왔다.다큐 촬영 등으로 수 차례 평양에 다녀온 북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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