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톱 불화’ 노출에 우려…羅, 지도부 회의 불참 후 의총서 “재신임 안 묻겠다”
“원내대표 임기 결정 권한은 의총”, “황교안 독재” 비판도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나 원내대표 뒤로 박완수 사무총장과 이종배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2019.12.4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나 원내대표 뒤로 박완수 사무총장과 이종배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2019.12.4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이렇게 화합을 못 하고 뭐예요. 당신들 너무 합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비판받으면 안 됩니까. 제가 20년 동안 이런 것을 처음 봐서 그래요.”(정진석 의원)

4일 청와대 앞 천막에서 열린 한국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는 굳은 분위기에서 열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개인 일정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 전날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임기 연장을 불허한 데 따른 불편한 심경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됐다.

2016년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정진석 의원은 회의 시작 직전 침묵을 깨고 전날 최고위 결정으로 당의 ‘투톱’ 간 불협화음이 공개 노출된 것을 정면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가 당초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묻기 위해 소집한 이날 의원총회에서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 묻지 않겠다”며 최고위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여진은 이어졌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난 뒤 나오고 있다.   2019.12.4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난 뒤 나오고 있다. 2019.12.4

당장 당내에서는 관련 당헌·당규 해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여부를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가 결정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김태흠 의원은 의총 공개 발언에서 “어제 최고위 의결 내용은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며 “원내대표 연임 사항은 의총에 권한이 있지 최고위원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부 의원들이 ‘비공개로 말하라’고 하자, 김 의원은 “제 입을 막은들 이 얘기가 밖으로 안 나가는가. 이게 살아있는 정당인가”라며 “앞으로 어떻게 우리가 문재인 정권의 독재와 국회의장이 함부로 유권해석을 내려 국회를 끌어가는 것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고위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새 원내지도부 선출 관련 권한을 의총에 되돌려달라”고 촉구했다.

판사 출신인 홍일표 의원은 이날 오전 동료 의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당헌 제55조와 당규 제24조 제3항을 종합하면 당 대표의 ‘경선 공고 권한’은 선거일을 정한다는 절차상의 권한일 뿐이고,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결정할 권한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홍 의원은 “원내대표 선출과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의원총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황교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규정에 대해서는 내가 자의적으로 검토한 것이 아니고 당 차원에서 검토해 그 원칙대로 한 것”이라며 일각의 반론을 일축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놓고 여야의 격한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의 불화’가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자중지란에 빠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불허 결정 자체가 황 대표의 ‘나경원 불신임’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의 당 운영방식을 놓고 ‘독재’라는 비판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최고위에서 나 원내대표를 ‘집단 왕따’ 한 것 같은 일련의 모습들이 내부 분열로 비칠까 우려스럽다”며 “황 대표가 후폭풍이 두려운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황 대표가 ‘조자룡 칼’ 휘두르듯 권한을 악용하고 있다”며 “황 대표가 ‘문재인 독재’를 비판하면서 스스로 당에 대한 독재를 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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