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Z페스티벌 제진역 공연 리뷰
평온한 들녘·철길 배경 섬세한 연주

▲ 지난 8일 고성 제진역 철길 위에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 조나탕 푸르넬.
▲ 지난 8일 고성 제진역 철길 위에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 조나탕 푸르넬.

대한민국 최북단 철길,고성 제진역에 피아노 한 대가 놓였다.관객은 60여명.하지만 사람들만 듣는 음악이 아니었다.철길 위의 돌,들녘에 펼쳐진 꽃,멀리서 지저귀는 새들도 피아노의 선율을 감상하는 듯 보였다.신선한 바람은 이들의 소리를 북쪽으로 전했다.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올해 1위를 수상한 프랑스 출신 조나탕 푸르넬,3위 수상자 일본 출신 무카와 게이고가 지난 8일 제진역 무대에 나란히 올랐다.분단과 냉전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DMZ를 평화생명지대 ‘PLZ(Peace&Life Zone)’로 새로 바꿔나가기 위해 열리는 PLZ 페스티벌을 통해서다.

이날 무카와 게이고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을 섬세한 연주로 시작했다.후반부 속주로 갈수록 연주는 대담하면서도 치밀했고 풍성했다.이어진 드뷔시의 ‘불꽃’에서 손이 조금 더 풀린듯 고도의 집중력을 보여줬다.화창한 날씨에 탁 트인 야외 풍경도 새로운 감상을 전했다.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에 게이고는 쇼팽의 ‘녹턴’을 앙코르로 연주하며 화답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푸르넬은 시적인 감수성과 풍성한 연주력을 가진 피아니스트로 정평이 나 있다.그는 바흐의 트리오 소나타 작품번호 529와 쇼팽의 폴로네이즈 E플랫 작품번호 22를 연주,선명한 연주력으로 음을 쌓아나가며 편안한 감성을 전했다.철길 위에서 피아노가 울린 감정의 정체를 간단히 단정짓기는 어렵다.다만 분단과 실향민의 아픔이 녹아있는 고성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했다.실로 ‘평화란 무엇인가’를 새삼 돌아보게 만드는 연주였다.

함명준 고성군수는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고성주민들의 삶이 정신적·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졌다”며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이 품은 분단의 아픔을 나눌수록 평화도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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