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만 사진작가 두루미 사진집
철원평야·한탄강·일본 활동기
20여년 생태 포착한 기록 정리
강원도 상징새 변경 비화 실려

▲ 정순만 사진가가 찍은 두루미 사진.왼쪽 작품은 강원사진대전 대상작이다.
▲ 정순만 사진가가 찍은 두루미 사진.왼쪽 작품은 강원사진대전 대상작이다.

“날 벼린 부리로 부는 단장의 기상나팔은/천년 뒤척이는 한탄강의 놀아누운 기척마다/이루지 못한 한반도의 조각난 여운은 길어서 슬프다// 숲에 찍힌 눈 위의 무수한 발자국들/다시 DMZ에는 최초의 생명이었던 때의 기억이 새겨진다” (안진경 시, ‘단정학’ 중)


정순만 한국사진작가협회 영월지부장이 두루미 전문작가가 된 것은 우연이었다.

젊은 시절 영월군청 육상감독 등 여자육상 실업팀 감독을 지내며 많은 선수들과 함께 달렸던 정 지부장은 운명처럼 두루미를 마주했다.

 

▲ 정순만 사진가가 찍은 두루미 사진.왼쪽 작품은 강원사진대전 대상작이다.
▲ 정순만 사진가가 찍은 두루미 사진.왼쪽 작품은 강원사진대전 대상작이다.


지정된 코스를 고통스럽게 달리는 선수들의 인생이 창공을 나는 새처럼 풀려나가기를 빌며 순간순간을 보내던 시기였다. 정해진 방식으로 달리지 않고 자유롭게 나는 두루미의 날갯짓과 사랑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마음은 그렇게 들어왔다. 선수들의 경기 순간을 촬영하던 그는 두루미를 앵글 안에 넣기 시작했다. 두루미를 카메라에 담는 일을 제2의 인생으로 삼았다.

정 지부장은 두루미에게 욕심없는 자유를 배웠다. 두루미를 쫓아 철원과 일본으로 함께 날아다녔고, 그렇게 흐른 21년의 세월이 한 권의 책이 됐다.

 

▲ 내 영혼속에 두루미와 함께한 시간들/정순만
▲ 내 영혼속에 두루미와 함께한 시간들/정순만


정 지부장이 펴낸 책 ‘내 영혼속에 두루미와 함께한 시간들’은 그가 20년 넘게 두루미를 따라다니며 찾은 자유와 길의 기록이다. “두루미는 집이 없지만 자신이 정한 길을 날았다”는 그의 말에서 두루미와 사랑에 빠진 이유가 명확해진다.

정 지부장은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 정한 길이 아니라 내가 정한 길을 내가 원하는 곳까지 자유롭게 달리고 싶었다. 그 때 하늘을 나는 두루미를 보았다”고 썼다.

이번 책에는 알에서 부화하는 모습부터 아기 두루미와 어미 두루미가 평화롭게 호수위를 헤엄치는 모습, 사랑의 춤을 추는 두루미 한 쌍, 고라니와 마주친 장면, 석양을 배경으로 비상하는 두루미 등 포착해 내기 어려운 수많은 풍경들을 잡아낸 기록들이 담겼다. 강원사진대전, DMZ 생태사진공모전 등 각종 대회 수상작들도 큼직하게 볼 수 있다.

두루미가 강원도의 상징새가 될 수 있었던 뒷 이야기도 담겨 눈길을 끈다. 정 지부장은 1999년 강원도를 상징하는 새를 뻐꾸기에서 두루미로 바꾸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루미가 평화와 장수, 부귀의 상징이자 DMZ의 생태를 책임지는 지킴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만큼 강원도 상징새로 적합하다는 의견을 당시 김진선 도정에 꾸준히 제시했다. 저명한 조류학자 윤무부 박사도 함께 설득했다. 결국 도 차원의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독수리와의 경합 끝에 2001년 4월 25일, 두루미가 도조로 최종 결정·공고됐다.

최문순 지사는 격려사에서 “평화와 장수의 상징인 두루미가 철원 비무장지대를 찾아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며 추운겨울을 이겨내듯 이 책으로 인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가 널리 전파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유상범 국회의원도 “철원의 넓은 평야에서 만나는 두루미의 비상과 날갯짓이 강원도민의 평화로운 마음으로 깊이 전달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또 황영조 마라토너, 최명서 영월군수, 이현종 철원군수, 김양평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회장, 김만기 전 도사진작가협회장, 이기섭 두루미생태전문가, 백종한 한국두루미보호협회 철원군지회장 등 수많은 인사들의 격려가 함께 실려 그의 두루미 사랑을 물심양면 지원해 준 지역사회의 애정도 느껴진다. 안진경·홍성래 시인의 기념시도 함께 실렸다.

정 지부장은 “땅에서 솟아오른 두루미가 푸른 창공을 자유롭게 날듯 나의 혼이 내 몸을 떠나는 날까지 욕심없이 자유롭게 그들을 사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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