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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의 미학

이세현 전 춘천경제인연합회장

데스크 2019년 12월 24일 화요일 8 면
▲ 이세현 전 춘천경제인연합회장
▲ 이세현 전 춘천경제인연합회장
올 한해도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저물어가고 있다.도심 가로수들도 마지막 잎새를 남긴 채 겨울채비에 들어가고 새벽을 여는 재래시장의 따스한 어묵국물은 상인들의 시린 볼을 녹인다.옛날 이맘때면 연탄이 사랑받는 시기다.달동네 골목은 연탄 배달 트럭이 분주히 드나들었다.60∼80년대 우리나라 가정 대부분의 난방연료는 땔나무와 연탄이었다.연탄은 그나마 가정형편이 나은 집의 연료다.살림살이가 궁한 집은 초겨울이 되면 땔 나무 하기에 바빴다.필자도 학교 다녀오면 지게지고 뒷동산 땔나무하던 추억이 새롭다.학교에 가면 연탄난로에 도시락이 층을 이룬다.데워진 도시락에 김치 넣어 비벼먹던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포장마차,선술집 연탄난로에는 주객들이 굽는 양미리 냄새가 진동하던 그 시절 필자도 연탄 두 장 사서 새끼줄에 끼워들고 오곤 했다.지금은 후원을 받아 어려운 가정에 연탄을 주는 연탄은행이 있어 고맙지만 그 옛날에는 참 추운 겨울을 보냈다.연탄이 빨리 탈까봐 공기구멍을 막고 방바닥 냉기만 가시게 하고 지냈다.

아직 연탄이 서민들의 겨울나기 연료임은 분명하다.하지만 많은 애환이 깃든 탄광들은 공해의 주범이라는 죄명을 쓰고 하나 둘 폐광되고 있다.그 곳에서 광부들은 진폐라는 삶의 훈장을 안은 채 퇴역하고 있다.탄광 주민들의 눈물어린 삶의 애환이 깃든 일터는 탄광 유물들이 전시된 박물관으로 변모,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많은 광부들의 목숨이 잠든 희생의 현장으로 우리 마음을 찡한 감동으로 감아온다.석탄산업은 이제 토사구팽 처지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동양 최대 민영탄광 동원탄좌는 45년간 함께 한 우리 강원경제의 중심축이었지만 2004년 수많은 애환의 역사를 뒤로 한 채 폐광됐다.

그 당시 탄광 내에 회자되던 문구가 있다.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산다는 말이다.생존권을 위해 깃발을 올렸던 마지막 몸부림이자 절규였을 것이다.우리는 그곳 지하갱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청춘을 불사른 광부들의 노고에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그 당시 광부 채용과정에는 오늘날 환경미화원과 비슷한 체력테스트가 있었다.갱목을 등에 업고 무릎으로 기어달리기였다.여기서 뒤처지면 탈락이었다.광부 일자리를 얻느냐 못 얻느냐가 달린 절체절명의 시험과정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공해없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화석연료는 뒤로 떠밀리는 세태가 됐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광부들의 땀방울로 얼룩졌던 검은 탄가루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일조했다는 것이다.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수많은 세월 생사고락,희로애락을 나누던 광부 여러분과 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저무는 기해년 길목에서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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