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현 전 춘천경제인연합회장
아직 연탄이 서민들의 겨울나기 연료임은 분명하다.하지만 많은 애환이 깃든 탄광들은 공해의 주범이라는 죄명을 쓰고 하나 둘 폐광되고 있다.그 곳에서 광부들은 진폐라는 삶의 훈장을 안은 채 퇴역하고 있다.탄광 주민들의 눈물어린 삶의 애환이 깃든 일터는 탄광 유물들이 전시된 박물관으로 변모,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많은 광부들의 목숨이 잠든 희생의 현장으로 우리 마음을 찡한 감동으로 감아온다.석탄산업은 이제 토사구팽 처지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동양 최대 민영탄광 동원탄좌는 45년간 함께 한 우리 강원경제의 중심축이었지만 2004년 수많은 애환의 역사를 뒤로 한 채 폐광됐다.
그 당시 탄광 내에 회자되던 문구가 있다.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산다는 말이다.생존권을 위해 깃발을 올렸던 마지막 몸부림이자 절규였을 것이다.우리는 그곳 지하갱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청춘을 불사른 광부들의 노고에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그 당시 광부 채용과정에는 오늘날 환경미화원과 비슷한 체력테스트가 있었다.갱목을 등에 업고 무릎으로 기어달리기였다.여기서 뒤처지면 탈락이었다.광부 일자리를 얻느냐 못 얻느냐가 달린 절체절명의 시험과정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공해없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화석연료는 뒤로 떠밀리는 세태가 됐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광부들의 땀방울로 얼룩졌던 검은 탄가루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일조했다는 것이다.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수많은 세월 생사고락,희로애락을 나누던 광부 여러분과 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저무는 기해년 길목에서 펜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