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쟁력·국격 높이는 또 하나의 출발점
우리민족 혼 투영한 대표 가락 세계인 주목 기대
전라도·경상도 등 지자체 콘텐츠 선점 경쟁 치열
정선아리랑 역사 근거·자료 빠른 수집 활로 모색

우리나라 전통 민요인 ‘아리랑’이 6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문화재청(청장 김찬)은 이날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7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아리랑의 등재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아리랑을 비롯해 강릉단오제, 판소리 등 모두 15개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아리랑이 유네스코에 등재되기까지의 추진 경위와 의미, 앞으로의 과제 등을 싣는다.


 

▲ 1971년부터 정선군 공보실에서 기획해 제작한 정선아리랑 LP음반.


■ 아리랑 등재 추진 과정

지난 2001년부터 시행되어 온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제도’가 2008년 제2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및 긴급보호목록 등재제도’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시·도 무형문화재 중 지역적 특성이 강하면서 대표성을 갖춘 문화재를 시도별로 1건씩 추천을 받아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이 무형유산에 첫 등재된 이후 강원도에선 2005년 강릉단오제가 이름을 올렸다.

2009년 4월 정선군과 도에서는 ‘정선아리랑’을 가곡·대목장·매사냥 등과 함께 대표목록에 등재 신청을 했으나, 문화재청 중앙문화재위원회에서 등재 추진을 유보했다.

국가 차원에서 정선아리랑을 포함해 후렴구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로 끝나는 아리랑 전체를 등재하기로 결정한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 2년간 아리랑의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지난해 6월 중국이 아리랑을 조선족 전통민요·풍습과 함께 자국 국가무형문화유산에 등록하면서부터 정부의 발걸음은 다시 빨라졌고, 지난 6월 외교통상부를 거쳐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어 지난달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심사소위원회인 심사보조기구로부터 ‘등재권고’ 판정을 받아 사실상 등재가 유력시됐으며, 이번 제7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아리랑은 ‘여러 세대를 거쳐 재창조되고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어 왔다’는 점 등을 들어 우리나라의 15번째 인류무형유산으로 선정됐다.



■ 등재 의미와 아리랑의 가치

아리랑의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문화경쟁력과 국격을 높이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됐다. 문화가 발전해야 세계 선진화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시각에서 봤을 때 아리랑의 이번 등재는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아리랑은 우리나라 민요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노래이자 애국가와 진배없을 정도로 우리 민족의 역사와 의식, 혼을 투영하고 있다.

이번 등재로 말미암아 아리랑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락으로 다시 한 번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아리랑 박사 1호인 박민일 강원대 명예교수는 “88 서울올림픽 이전까지 소외받아 왔던 아리랑이 이제는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한민족의 노래가 됐다는 것은 더할나위 없는 영광”이라며 “이번 유네스코 등재는 대한민국 민요의 가치와 자부심을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더욱이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연변 지린성 조선족 아리랑을 자국의 문화재로 지정한데 이어, 최근에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어 아리랑에 대한 지속적인 전승 및 보전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교훈도 심어주고 있다.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은 “중국도 문화재 등재판정을 받게 되면 우리와 공동등재 무형유산이 될 가능성이 있어 우리의 문화유산 지키기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며 “내실을 다지고 외연을 확대해 한민족 아리랑의 존재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요 아리랑은 아리랑이라는 음성이 후렴에 들어있는 민요의 총칭으로 남북을 통틀어 60여종 4000여수에 달한다.

아리랑은 일제 침략에 대한 항쟁가로 불리기도 했으며, 소박한 삶을 담은 전원의 노래가 되기도 했다.

특히 가사 속에는 단순한 민요에서 벗어나 문학과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다.


 

▲ 2007년 10월 열린 제32회 정선아리랑제 공연에서 정선아리랑을 부르고 있는 기능보유자 유영란(오른쪽에서 세 번째)씨와 명창들의 모습.


■ 과제와 전망

아리랑의 유네스코 등재에 따라 시·도간 문화콘텐츠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도무형문화재 1호로 가사 수가 가장 많고 전승 보전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선아리랑’과 함께 전라도 ‘진도아리랑’, 경상도 ‘밀양아리랑’등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을 둘러싼 지자체의 콘텐츠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강원도는 지난 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아리랑 발전 토론회를 열고 2018 평창문화올림픽 실현과 연계한 아리랑의 특별전시회 개최 및 박물관 건립 등 다양한 활로를 모색했다.

도와 함께 아리랑 원조지역을 자임하는 경북 문경시도 아리랑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내 아리랑 전문가 및 학계에서는 이번 유네스코 등재는 문화재청이 정선아리랑을 모델로 관련자료와 역사적 근거를 수집했다는 점에 주목,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다면 강원도가 충분히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진용선 정선아리랑 연구소장은 “정선아리랑은 지난 50년 이상 가사집 발간, 음반 제작 등 많은 유무형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데이터베이스화 했다”며 “타 시도에 비해 아리랑과 관련한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개발 활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는 만큼, 전시·공연·영상 등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남수 도문화체육관광 국장은 “정선아리랑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창조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세계속에 강원도와 아리랑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경식


한국의 인류무형유산 등재 현황

연번 등재연도 등재종목 비고
1 2001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된 후 무형유산보호협약 발효되면서 2008년 인류무형유산으로 통합
2 2003 판소리
3 2005 강릉단오제
4 2009 강강술래  
5 남사당놀이  
6 영산재   
7 제주칠머리당영등굿
 
8
처용무  
9 2010 가곡  
10 대목장  
11 매사냥  
12 2011 줄타기  
13 태껸  
14 한산모시짜기  
15 2012.12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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