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건만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홍보 전문위원
▲ 박건만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홍보 전문위원
‘1950년 한국전쟁-수많은 피란민속에서 아들을 잃어버린 남한의 할머니-한 맺힌 기도와 눈물로 보낸 50년의 세월-90세에 남북이산가족 만남을 통해 재회한 이북의 아들-케이크에 촛불을 꽂고 어머님의 만수무강을 빌며 떠나는 60대 아들-통곡하며 발길 돌리는 아들에게 ’단 언제 만날 수 있냐’며 푸념하는 어머니-끝내 헤어지며 흔드는 주름진 어머니의 손.’

2003년 7월2일 밤,체코 프라하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115차 국제올림픽 위원회(IOC)총회 프레젠테이션(PT)에서 한국 평창 측이 선보인 영상 홍보물.IOC 관계자와 외신기자들은 한국전쟁이 낳은 이 같은 비극적인 현실에서 울거나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그날 우리도 울었다.동계올림픽 유치 첫 도전에 나선 평창이 아깝게 실패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날,평창은 전쟁 없는 평화를 갈구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세 번에 걸친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평창은 2011년7월,남아공 더반에서 2018년 개최지로 결정됐다.이제 17일만 지나면 지구촌 최대의 겨울 스포츠 제전이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한 달 전만 해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평화 올림픽’이라는 커다란 기치를 내세우고 말이다.이달 초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이후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한 단일팀 구성이 이뤄진 것이다.물론한반도기 입장과 여자아이스하키의 남북단일팀 구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다.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이를 계기로 평창 올림픽은 진정한 의미의 평화 올림픽으로 승화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핵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를 사상 최악의 위기 국면으로 몰아넣었다.그러나 새해 들어 돌연 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힘으로써 올림픽 정신의 실천과 남북관계의 진전에 있어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남과 북이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 나란히 입장,스포츠를 통해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에 전하는 메시지는 매우 강렬할 것이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는 비단 우리뿐만이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염원이기도 했다.IOC는 그동안 올림픽이 각종 정치적 갈등을 넘어선 지구촌 화합의 무대가 되기를 희망,북한의 참가를 바래왔다.이 같은 결실이 이번에 맺어진 것이다.

사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 중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자는 목적 아래 개최되는 것이 올림픽이다.1894년 근대 올림픽이 쿠베르탱에 의해 시작된 이후 올림픽은 정치적 격변과 종교적,인종적 차별 속에서 세계 평화라는 큰 이상을 이루는데 크게 이바지해오고 있다.

때 맞춰 2018 평창 문화올림픽의 주요 행사로 지난 19일부터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디엠지(DMZ) 아트페스타-2018 평화:바람’이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이 행사가 세계 유일의 비무장지대를 소재로 평화에 대한 염원을 예술로 승화시킨 축제라는 점에서 기대가 자못 크다. 아무쪼록 이런 노력들이 큰 결실을 맺어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선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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